매일신문

두보·이백·백거이…唐詩찾아 12,500km 대장정

중국 당시의 나라

중국 13개 성(省)의 시와 현을 답사하며 당나라 시(詩) 200수의 내력을 훑고, 흔적과 이야기를 살핀 책이다. 당시는 중국 당나라(618∼907년) 때 창작된 시를 일컫는다. 두보, 이백, 백거이, 왕유, 장호, 이상은, 맹호연, 두목 등 기라성 같은 시인들이 이때 활동했다. 지은이 김준연은 천수백 년 전 지어진 당시(唐詩)의 흔적, 흥취와 창작 배경을 살피기 위해 당나라 때의 지도를 들고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 전역을 누볐다.

'좋은 비가 시절을 알아/ 봄이 되니 만물을 싹 틔우는구나/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만물을 적시는데 가늘어 소리조차 없구나/ 들길엔 구름이 온통 어두운데/ 강배엔 불빛만이 홀로 밝구나/ 새벽에 붉게 젖은 곳 바라보면/ 금관성에 꽃이 무겁겠지.'

두보의 시 '봄밤에 비가 내리는 것을 기뻐하다'(春夜喜雨)로 두보가 사천성 성도(成都) 초당에서 지낼 때 지은 것이다. 두보는 759년 겨울, 먹고 살길이 막막해지자 감숙성을 떠나 성도로 이주했다. 임시 거처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성도 서쪽 교외에 띠집을 지었는데, 두보초당이다. 두보의 시는 고난으로 가득 찬 사회현실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살길을 찾아 성도로 왔는데, 가뭄이 심하니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그러던 차에 고맙고 반가운 비가 내린 것이다.

두보는 이 초당에서 4년 가까이 머물며 비로소 생활의 안정을 찾았다. 이 초당에서 지은 시만 250수에 이른다.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만물을 적시는데 가늘어 소리조차 없구나'라는 구절은 그야말로 봄비가 농부들에게 얼마나 고마운지를 생생하게 표현하는 구절이다. 농사에 필요한 비는 장대비가 아니라 '바람 따라 몰래 내리며, 가늘어서 소리조차 나지 않는 비'다. 소리 없이 오래 내리는 부슬비는 차곡차곡 땅으로 스며들어 만물을 적시고, 아직 겨울잠에 빠져 있는 생명을 깨운다. 두보의 이 시는 하늘만 바라보며 애를 태우던 당시 농민들의 시름이 봄비로 씻은 듯이 사라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온갖 산에 날던 새 사라지고/ 모든 길에 인적이 끊겼다/ 외로운 배 도롱이와 삿갓 쓴 노인/ 홀로 눈 내리는 강에서 낚시질한다.'

당나라 시인 유종원의 '강의 눈'(江雪)이다. 온갖 새는 떠나고 없고 눈 내리는 강에서 삿갓 쓴 노인이 홀로 낚시를 하고 있다. 이 시에는 젊은 날 패기에 차서 정치개혁에 뛰어들었으나 참담한 실패를 맛보고 지방(중국 영주)으로 좌천된 시인의 고독한 심정이 배어 있다.

지은이는 이런 식으로 당나라 시의 흔적과 이야기를 따라 중국 전역을 다닌다. 수많은 시 중에 명승고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을 우선 선정했다. 남아 있는 유적이 없을 경우에는 그와 관련하여 널리 알려진 시를 소개하고 있다. 작품의 제목은 한글 번역과 한문 원문을 병기했고, 본문에서는 한글 번역문만 담았다. 시의 원문은 마치 부록처럼 책의 끝부분에 모두 모았다.

책은 6장으로 구성돼 있다. 시를 따라 여행지를 정했다. 여행의 출발은 '당시(唐詩)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서안(당나라 당시 수도 장안)이다. 여기서 서쪽의 돈황까지 다녀오고 다시 '당시의 길'을 따라 남쪽 계림까지 내려간다. 두 번째 여행은 낙양에서 출발했으며, 황하를 따라 태산과 북경을 지나 승덕까지 이어진다. 다음 여행은 성도를 지나 중경에서 유람선을 타고 의창에 이르러 강남 수향(水鄕)을 두루 돌아간다. 마지막은 남경에서 항주에 이르는 대운하 유역이다. 관광목적으로 중국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미리 이 책에 나오는 당나라 시와 그 유적지를 살펴보면 훨씬 재미있겠다.

650쪽, 2만8천원.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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