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朱子, 이름은 熹)의 저술(문집과 어록)이 유명하다면, 그가 지은 책 또한 유명하고 권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떤 책이 있을까? '소학'과 '주자가례'(朱子家禮)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 오랫동안 깊이 영향을 줬고, 아직도 한국 전통문화와 생활관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소학'은 글자 그대로 '초보적인 학습'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그 반대 용어는 '대학'(大學)이다. 책명이 나타내는 바와 같이 '고급 단계 학업'이란 뜻이다. 초보적인 단계는 인간의 성장 단계에서 말하는 유아 및 유치 과정과 초등학교 과정에 해당한다. 조금 확장하면 오늘날의 중학교 1, 2학년까지로 말할 수 있다. 다만 '소학'은 주자가 직접 지은 것은 아니고, 제자 유자징(劉子澄)으로 하여금 편찬하도록 했다. 그러나 주자의 교육 지침에 의해 편찬된 것이어서 그의 사상의 핵심이 담겨 있다. 모두 6권 1책. 1187년에 완성됐다.
이 책은 기초 학습과 아울러 인성 계발, 예절 익히기가 주 내용이다. 교재 내용은 규칙적 생활, 자기 할 일은 자기가 하고, 선인(先人)의 좋은 말씀과 행위 모범을 본받고 실천하기 등을 담고 있다. 다만 오늘날 어린이 학습서와 조금 다른 점은 부모 공경과 오륜(五倫)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오늘날 인성과 예절 교육 면에서 참고할 점이 많다. 원전의 제목을 보면, 입교(立敎), 명륜(明倫), 경신(敬身), 계고(稽古), 가언(嘉言), 선행(善行)으로 돼 있다. 입교는 교육의 필요성을 말한 것이고, 명륜은 '오륜', 즉 군신, 부자, 부부, 장유(長幼), 붕우(朋友)라는 인간관계의 윤리를 논한다. '경신'은 자기 몸을 잘 닦는 것을 말한다. '계고'는 옛 성현의 사례를 들어 앞의 3가지 내용을 설명한 것이고, '가언'과 '선행'은 옛 성현의 교훈과 행실을 말한다. 특히 경신에 있어서는 마음가짐, 몸가짐, 의복의 예절, 음식의 예절을 논하였는데, 오늘날 인성 교육에도 참고가 된다. 예절과 에티켓은 인격 함양과 남을 위한 배려, 좋은 인간관계 맺기 등에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조선 초기부터 공교육에서 가르쳤을 뿐만 아니라 많은 성리학자들도 성리학의 일상생활화 차원에서 중시하고 또 몸소 실천했다.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 1454~1504) 같은 이는 자신을 '소학동자'(小學童子)라고 칭하면서 이 책을 성리학 책 못지않게 중요시했다. 또 일반 백성에게 보급하기 위해 언해본(諺解本)도 발간하는 등 조선조 유교 교육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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