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의 파장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 외신에서도 이 사건을 주요 이슈로 다루면서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되고 있는 가운데 그 불똥이 국내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여야 모두 이번 사태를 있을 수 없는 재벌의 '갑(甲)의 횡포'로 비난하면서 '재벌 감세 철회' 등 재벌 개혁에 새로운 불씨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벌 개혁으로 이어지나…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이번 대한항공의 회항 사건과 관련, 국회 차원에서 강도 높은 재벌 개혁으로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최근 '땅콩 회항' 사태에 대한 현안 브리핑에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못한 전근대적인 재벌 문화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불행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땅콩 회항 사건, 제일모직 공모주 30조원 청약 등을 바라보며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벌 대기업에 관한 제도 개선을 통해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소식을 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 역시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태는 조 전 부사장 본인만의 문제가 아닌 재벌 체제로 이뤄진 대한항공 그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재벌들을 향해서는 "갑질을 벌이고 있을 재벌 일가들 역시, 이번 일을 통해 크게 깨닫기 바란다. 결국 자신들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피와 땀"이라며, "그들이 등을 돌린다면, 자신들의 삶 역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기업을 오너일가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현재의 족벌체제가 문제다. 소수의 주식을 소유하고도 계열사 간 주식 소유를 통해 특정 오너일가에 경영권을 몰아주는 현재의 제도가 개선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 2'3세들 횡포 재조명…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 논란으로 인해 우리나라 재벌 2'3세의 횡포가 재조명되고 있다.
많은 네티즌들은 조 전 부사장 사건처럼 우리나라 재벌 2'3세들이 그동안 벌였지만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갑의 횡포'를 사이버 공간에 퍼다 나르며 재벌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남동생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2005년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70대 할머니에게 폭언과 폭행을 행사해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지난 2007년에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둘째 아들이 일명 '청계산 보복 폭행' 사건을 일으켜 구설에 올랐다. 김 회장의 아들은 술집 점원에게 맞았다는 이유로 경호원을 동행한 채 술집 점원을 청계산으로 끌고 가 보복 폭행을 했다.
2010년에는 SK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이 SK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탱크로리 기사를 야구 방망이로 폭행하고, 매값이라며 2천만원을 건넨 사건이 일어나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다.
이와 같은 재벌 2'3세의 횡포에는 오랫동안 외국 생활을 한 뒤 귀국하자마자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면서 현실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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