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한 미국 코미디 영화 '인터뷰'의 상영이 전면 취소되면서 미국 정부의 후속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 제작사인 소니 픽처스는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극장 대다수가 영화를 상영하지 않기로 한 점을 고려해 25일 예정됐던 극장 개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소니의 이 같은 결정은 상영 극장에 대한 잇따르는 테러 위협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고 사건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을 '응징'할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아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18일 중으로 예상됐던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소니 해킹 사건 수사 결과 발표가 미뤄지는 분위기다. 익명의 당국자들을 인용해 '북한의 소행이 확실하다' '김정은이 직접 해킹을 지시했다'는 등의 변죽을 울리는 언론보도만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이번 사건을 '엄중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유'무형의 피해가 워낙 크고 미국의 '사이버 안보' 체제에 정면 도전하는 도발행위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과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번 사건을 "심각한 국가안보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전 세계 해커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공화당은 물론 각계에서 "미국이 북한에 굴복했다"는 식의 여론이 커지는 흐름이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제재 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미 유엔을 중심으로 다자 차원의 대북 제재가 가동되고 있는데다 북미 양자 차원의 제재도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짜여 있는 탓이다.
미국의 한 관리는 워싱턴포스트에 "아무런 제재 수단이 남아있지 않다"며 "우리가 가진 연장함에는 매우 제한적인 숫자의 연장만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지난 5월 중국 장교 5명을 스파이 혐의로 기소한 것처럼 북한의 책임자들을 일방적으로 재판에 회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실질적인 사법 처리가 이뤄지기 어려운데다 북한의 반발만 키워 의미가 별로 없다.
또 사이버 공격행위에 맞서 물리적 보복을 가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맞지 않는데다가 역내 정세의 긴장도를 높여 예기치 못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북한을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가 도리어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방 수사 당국은 ▷이번 해킹 공격에 이용된 악성 소프트웨어가 지난 수년간 한국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가하는 데 이용된 악성 소프트웨어와 유사하고 ▷출처를 감추려고 미국과 태국, 볼리비아 등 7개의 컴퓨터를 이용했으며 ▷일부 소프트웨어가 한국어로 쓰였다는 점 등을 정황증거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사건의 배후라고 밝힌 것보다도 어떻게 대응할지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다각도의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데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협 기자 ljh2000@msnet.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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