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비리 기업인' 봐주자고 떼쓰는 정부와 새누리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최근 비리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과 사면 얘기를 슬그머니 꺼내 공론화하는 모양이다. 경제 위기 극복과 기업 투자를 위해 수감 중인 기업인들을 이쯤에서 풀어주자고 청와대에 건의하는 등 바람을 잡고 나선 것이다. 내년 대통령 취임 2주년이나 설, 3'1절을 앞두고 미리 분위기를 만들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당'정 지도부가 아직도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기가 참 딱하다.

과거 재벌 총수들이 배임과 횡령, 탈세 등 무거운 죄를 짓고도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수감되더라도 특사나 가석방, 형집행 정지 등으로 풀려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돈이 많다는 이유로 유독 이런 은전을 받으면서 재벌에 대한 국민 불신을 초래하고 반감을 키웠다. 지난 대선 때 여야가 앞다퉈 비리 기업인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공약한 것도 더 이상 이런 폐단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때문 아닌가. 실제 박근혜정부 들어 비리 기업인 처벌에서 단호한 자세를 보여왔고 법원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실형 판결이 많았다.

그런데 또다시 정부와 정치권이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가석방'사면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전혀 없고 대국민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이다. 과거 수십 년간 숱한 비리 기업인을 적당히 사면해 경영에 복귀시켰어도 그 기업이 크게 성장하고 우리 경제가 살아났다는 증거나 사례가 어디에 있나. 경제를 핑계로 계속 국민을 속인다면 반기업 정서만 더욱 키운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재벌에 대한 국민의 뿌리깊은 반감은 비리 기업인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이런 잘못된 처신 탓이 크다. 이를 반성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거꾸로 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잘못을 저지른 기업인들을 더 가혹하게 처벌할 수는 없지만 마냥 감싸고 도는 것은 되레 기업에 마이너스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비리로 오너가 자리를 비운 회사가 망하는 일이 한번 벌어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야 회사 안위가 무서워서라도 두 번 다시 비리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더 이상 비리 기업인을 두둔하며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이 없도록 당'정부터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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