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연 다시 보기] 대구시립국악단 '국악함박콘서트'

관객 눈높이 맞춰 '흥겨움'…전통 국악 전달 앞장서야

이달 26일 열린 대구시립국악단의 송년음악회를 겸한 제171회 정기연주회 '국악함박콘서트'는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누구나 쉽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레퍼토리라는 점에서 기획의도는 긍정적이었지만, 국악단만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인 공연이었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매일신문 공연평가위원단은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대구시립국악단의 마지막 결산 무대라기에는 아쉬움이 큰 레퍼토리 구성이었다"며 "너무 서양음악 중심으로 구성되다 보니 '시립국악단'이라는 정체성이 드러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소리꾼과 성악가, 어린이합창단 등을 통해 다양한 장르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구성이었지만, 그 속에서 국악의 매력을 찾기보다는 서양음악적 성격만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다.

A씨는 "6개의 스테이지 중 국악단의 연주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무대는 하나에 불과했고, 나머지 5개의 레퍼토리는 반주만을 맡아 국악단의 정기, 그리고 송년연주회임에도 불구하고 국악단이 마치 들러리처럼 느껴졌다"고 지적했다. B씨 역시 비슷한 지적을 내놨다. 그는 "시립국악단의 공연을 찾는 이들은 국악만의 매력을 감상하고 싶다는 욕구를 갖고 있을 텐데, 악기만 국악기로 연주했을 뿐 모두 서양음악을 흉내 낸 곡들로 채워진 공연이어서 안타까웠다"고 언급했다.

형식만 달리한다고 해서 다양성이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보다 레퍼토리에 대한 성의있는 고민과 조율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많았다. C씨는 "이날 공연 중 국악관현악곡인 '영혼의 광시곡'에서부터 옥류금 협연곡, 밀양아리랑과, 신아리랑, 어린이합창단의 아리랑 모음곡 등 대다수 레퍼토리가 아리랑으로 채워져 마치 아리랑 특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며 "유경조 예술감독이 보다 섬세하게 레퍼토리를 사전 조율할 필요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전체적인 공연의 진행과 연출에 있어서도 허점을 드러냈다고 했다.

공연장의 음향 수준도 문제로 지적됐다. A씨는 "앰프를 너무 과도하게 사용하다 보니 왜곡된 사운드로 라이브 공연을 관람하기보다는 오히려 TV화면을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고, 악기마다 또 연주자마다 다른 볼륨 조절에도 실패해 공연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렸다"고 했다.

또 D씨는 "대중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 함께 소통하면서 국악을 전파한다는 역할과, 시립국악단으로서 민간 단체에서는 예산과 운영상의 여러움으로 쉽게 무대에 올리지 못하는 수준 높은 정통 국악을 선보이는 역할 중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하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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