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경제학이 상정하는 인간은 머릿속에 계산기를 넣고 다니며 치밀하게 계산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다. 이 '경제적 인간'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얻기 위한 다양한 수단의 비용과 혜택을 계산해 한결같이 그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합리적 이성'의 소유자다. 여기서 합리적이라 함은 목표가 이기적이든 이타적이든 애국적이든 매국적이든 상관없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관된 행동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이런 '경제적인' 합리적 이성은 현실에서 완벽하게 작동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매우 어렵다. 이에 대한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의 설명이다. "내 급료에서 소비할 액수와 저축할 액수를 결정한다고 하자. 올바른 결정을 하려면 경제의 장기 전망이나 미래의 세금 동향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예측 등 경제동향에 대한 가능한 많은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 향후 수십 년 동안 예산 계획을 세우고 이에 입각해 이달에 얼마를 지출해야 할지 계산해내야 한다." 과연 이런 계산이 가능할까?
이런 한계는 현실의 인간 경제 행위는 주류 경제학이 상정하는 합리적 이성과 거리가 멀 것임을 시사한다. 케인스는 이를 일찍부터 간파했다. 우리의 적극적인 활동 대부분은 도덕적이든 쾌락주의적인 것이든 경제적인 것이든 엄밀한 수학적 기대치가 아니라 '자생적인 낙관'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생적 낙관을 이끄는 것이 바로 '행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보다는 행동하고자 하는 자발적 충동' 즉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다. "우리가 향후 오랜 기간에 걸쳐 그 결과가 나타날 어떤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로 결정을 내린다면, 그 대부분이 아마도 계량 확률로 구한 계량적 이익의 가중평균이 아니라 오로지 '야성적 충동'의 작용 때문일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18년까지 8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이 천문학적 액수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놓은 채 투자를 꺼리고 있는 가운데 나온 모처럼 만의 '통 큰' 투자다. 현대는 투자의 효과를 열심히 계산했겠지만 이 투자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기업의 역사는 현상 유지를 택한 기업은 뒤처지거나 망하고 '야성적 충동'을 좇은 기업은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 기업에 필요한 것은 이런 과감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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