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을 다지고, 정보를 교류하며 천생연분도 찾는 '수상한' 모임이 있다. 가입 자격은 꽤 까다롭다. 대구에 있는 초등학교 교사여야 하며 스포츠에 대한 열정은 필수이다. 결혼 여부는 중요하지 않지만 동료 교사의 추천은 꼭 받아야 한다. 팀워크를 지켜나가기 위해 스스로 정한 규칙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달 7일 오후 대구 달서구 감삼초교 체육관에 모인 배구 동호회 '공감' 회원들은 유쾌했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이라기보다는 체육 시간에 배구를 배우는 학생들처럼 보였다. 물론 훈련 자세가 나쁠 때에는 선수 출신인 김성재 코치의 따끔한 질책을 피할 수 없다.
매주 한 차례 방과 후에 모이는 '공감'은 2012년 12월 발족했다. 앞서 2008년 대구교원단체총연합회를 중심으로 출범한 '공천지'가 모태였다. 한꺼번에 많은 신입회원이 들어오면서 제대로 훈련하기가 어려워지자 아예 독립한 것이다. 처음에는 화원읍에 있는 화남초교에서 시작했으나 감삼초교 서정하 교장과 지산초교 이교화 교감의 도움으로 '둥지'를 도심 학교로 옮겼다.
'공감'은 '공이 간다', '소통한다'는 뜻을 두루 담고 있다. 현재 30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3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회원 연령대가 다양하다. 대부분은 대구교대 출신이지만 타지역 교대를 나온 이들도 있다. 남녀 비율은 전체 교사 비율과는 반대로 남자가 75%에 이른다.
나이나 성별은 달라도 배구 연습이나 학생 지도에 열정을 다하는 것은 회원들의 공통점이다. 김상섭(용계초교) 교사는 지난해 '제5회 교사의 창의적 수업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김종준(용계초교)'구종서(매곡초교) 교사는 제45회 전국교육자료전에서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공감' 회장인 방현철(화남초교) 교사 역시 환경부의 '중고물품 사용 Up 캠페인'에서 환경부장관상을 받았고, 교내 책 쓰기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동시집을 내기도 했다. 방 교사는 "배구는 단체운동이라서 호흡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교사와 학생이 좋아하는 운동을 함께 하다 보면 아이들의 올바른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결혼 적령기의 젊은 교사들끼리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레 짝도 여러 쌍 이뤄졌다. 올가을 결혼 예정이라는 김재윤(매곡초교)-정진실(함지초교) 교사도 '공인 커플'이다. 이들은 "취미생활을 하다가 배필까지 얻게 됐다. 데이트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은 덤"이라며 웃었다.
'공감'은 연간 대여섯 차례 다른 동호회와 교류전을 갖고 있다. 승리가 목표가 아닌 만큼 회원 모두에게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 대구교대 배구동아리인 '어택' 시절부터 에이스로 꼽힌 남정현(화원초교) 교사는 "실력은 차이 날지 몰라도 협력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배우겠다는 마음은 똑같다"며 "배구를 통해 모은 에너지를 제자들의 꿈과 '끼'를 키워주는 데 쓰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에는 교육청별로 남부를 근거지로 하는 '공감'을 비롯해 교사 배구 동아리가 지역마다 구성돼 있다. 동부에는 '이브', 서부에는 '넷터치', 달성군에는 '브이라인'이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여교사만의 모임인 '여배우'와 '와우'도 있다. 올해 내에 이들 클럽 간의 리그전을 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방현철 교사는 "출범 당시부터 목표는 교사들이 교육 현장의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는 장을 만들자는 것이었다"며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구 교육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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