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제게 나라 하나를 주십시오

얘야, 어떠한 말이 상대방을 기쁘게 해 주는 말일 것 같니? 어떠한 말이거나 간에 상대방에게 믿음을 주어야 할 것 같구나.

알렉산더 대왕 곁에 아주 지혜로운 늙은 장수 한 사람이 있었어.

이 늙은 장수는 알렉산더 대왕이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목숨을 내어놓고 간하였어.

"백성을 괴롭게 하는 싸움은 왕으로서 할 바가 아닙니다."

"왕의 개인 욕심을 위해 군사를 일으키는 일은 반드시 원망으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충고를 서슴지 않은 늙은 장수는 싸움에 이기고도 무엇 하나 욕심내지 않았어.

어느 날 알렉산더 대왕이 싸움에 패하여 밀리고 있을 때였어.

"대왕님,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적의 나라라고 할지라도 그 나라 백성들의 마음을 얻어야만 합니다."

"어떻게?"

"사로잡은 포로 중에서 늙으신 부모가 있거나 가장인 병사는 자기 나라로 돌려보내소서."

"으음."

그러자 풀려난 병사들은 가족들에게 돌아가 다시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덤벼들지 않았어.

세월이 흘러 이 늙은 병사는 은퇴를 하게 되었어.

"이제 저는 제대로 걸을 힘조차 다 빠지고 말았습니다."

"으음, 그동안 참 고마웠소. 평생 나를 위하여 일하여 주었는데 떠나게 되다니…. 참으로 서운하오. 그래, 소원이 있다면 한 가지만 말해 보시오."

그러자 그 장수는 서슴지 않고 말했어.

"폐하! 이번에 싸우는 나라를 빼앗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대신들이 소스라치게 놀랐어.

'아니, 저 늙은이가 망령이 났나? 이번에 싸우는 나라는 지금까지 빼앗은 나라 중에서 가장 큰 나라인데, 감히 그 나라를 달라고 하다니!'

대신들이 나서서 하나같이 반대를 하였어.

"무례한 요구입니다. 감히 폐하 앞에서 왕이 되려 하다니!"

"그렇습니다. 큰 나라를 다스리면서 반란을 꾀하려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알렉산더는 오히려 크게 기뻐하며 말했어.

"괜찮소. 이 나라를 가지시오. 그대는 내가 이 나라를 분명히 빼앗을 수 있다고 인정해 주었소. 다른 사람들은 매우 힘든 싸움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오직 그대는 나를 믿어주었소."

그리하여 이 늙은 병사는 그 나라의 왕이 되었어.

그리고는 그곳을 아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놓고 세상을 떠났어.

그 나라는 다시 알렉산더가 다스리게 되었고….

그래, 이 늙은 병사도 훌륭하지만 알렉산더 대왕도 매우 넓은 마음을 가졌구나. 큰 사람은 초라한 발상을 하지 않는 것이지. 말이 바로 그 사람 전부를 나타내는 것이란다.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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