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만리장성(萬里長城)은 '달에서도 보이는 유일한 인공 구조물'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장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험산 협곡을 누비며 사막에까지 이어진 장성은 북방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것이다. 춘추전국시대에 비롯되어 중원을 통일한 진시황이 본격적인 축성을 시작한 이래, 역대 왕조가 보수와 증설을 반복했다. 오늘날의 장성은 대부분 명나라 때 건설한 것이다.
그야말로 만 리에 이르는 장성으로, 공사 기간은 물론 동원된 인력이나 건축술 그리고 수많은 사연이 인류의 경탄을 자아낸다. 장성은 방어적인 성격이 강하다. 공세적인 입장이었던 당나라 시절이나 북방의 이민족이 지배하던 원'청나라 때는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장성을 굳건히 유지하기 위해 대역사를 벌인 마지막 왕조는 명이다. 북쪽의 몽골족과 만주족의 침입에 대비한 것이었다.
만리장성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성벽은 영국에 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경계를 이루는 하드리아누스 성벽이 그것이다. 당시 잉글랜드를 속주로 삼았던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호전적인 북방민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축조한 것이다. 로마의 축성술이 북유럽에 남긴 인상적인 문화유산이다.
우리 역사상에도 두 차례에 걸쳐 장성이 등장한다. 중국의 왕조와 자웅을 겨루던 고구려는 당나라의 침략에 대비해 16년에 걸쳐 천 리에 이르는 장성을 완성했다. 고구려의 정신을 계승한 고려 또한 동북 방면의 여진족과 서북면의 거란족을 방비하기 위해 천리장성을 쌓았다.
산과 구릉이 아닌 사막에 세운 토성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세계문화유산이 '이찬칼라'이다. 우즈베키스탄 서북쪽의 작은 도시 히바에 있는 이 성벽과 그 안에 자리한 성곽도시는 모스크(예배당)와 마드라사(학교) 등 수많은 중세의 이슬람 유적을 간직하고 있다. 사막에 또 하나의 '천리장성'이 건설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이슬람국가(IS)의 공격에 맞서려고 이라크와의 국경 인근에 1천㎞에 달하는 철조망 방어벽을 건설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장성에서 얻어야 할 역사적 교훈이 있다. 장성이 허술해서 진시황의 나라가 15년 만에 멸망하고, 명나라가 만주족에게 중원을 내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왕조도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장성을 세우는 비용만큼이나 민심을 붙잡는 노력도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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