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의 창] 새 부대에 새 술이 없다

양(羊)의 해가 밝았다. 53만 포항시민 모두 행운과 복을 '양~껏'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과 경제단체들이 전망하는 올해의 경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별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포항만 보더라도 철강경기 불황으로 아직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형국이다. 새해가 밝았지만 가슴 한쪽이 답답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 초 53만 시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이강덕 포항시장이 2015년 시정방향에 대해 신년기자회견을 가졌다.

올 한 해 포항의 나아갈 방향이 제시되는 만큼 당연히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즘 개그 용어로 '개찐도찐'(거기서 거기)이었다.

이 시장은 이날 국장급 이상 간부 공무원을 배석시킨 채 2014년 시정성과를 알림과 동시에 2015년 시정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이 시장이 밝힌 올해의 역점시책은 ▷강소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지속적인 경제성장 실현 ▷신 해양시대를 주도하는 국제물류거점 육성 ▷해양관광 육성으로 환동해 관광허브 조성 ▷시민행복 기반조성으로 누구나 살고 싶은 포항 건설 ▷시민과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는 명품시정 구현 등 크게 5개 분야로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강소기업 부문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는 대부분 전임 박승호 시장 시절부터 추진해오던 계속시책이었다는 측면에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다. 창조경제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목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올해가 실질적으로 이 시장의 취임 후 새롭게 정책 및 민생을 챙기는 원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민들을 감동시키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이 시장만의 색깔을 담은 정책이 제시되기를 기대했으나 막상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포항시 간부 공무원 출신인 한 인사는 "엘리트 출신 젊은 시장이 취임해 포항발전에 거는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취임 6개월이 지났는데도 자신만의 색깔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자신의 정책비전을 시민들에게 본격적으로 보여줄 때인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이 시장은 "행정이라는 것은 새로운 것도 중요하지만, 시정의 연속성도 고려해야 한다.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통한 민생안정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강변했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은 거창한 목표보다 피부에 와 닿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안들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는 말이 있는데 정작 새 부대는 마련돼 있는데 새 술이 없는 모양새다.

사회2부 이상원 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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