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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언제부터 낙서를 했나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
2010년 영국에서 발견된 신석기시대 낙서
2010년 영국에서 발견된 신석기시대 낙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낙서를 꼽는다면 1985년 발견된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일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에 그려진 그림으로 추정되고 있는 이 그림은 구석기시대 그려진 인류 최초의 미술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아무 의미 없이 그려진 낙서 중 가장 오래된 것을 찾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10년 영국 케임브리지셔 오버 지역 신석기시대 유적지에서 아마추어 고고학자인 수지 신클레어가 판형 사암에 새겨진 달팽이 모양의 문양을 발견해 고고학자들의 관심을 끈 적이 있는데, 고고학자들은 이 문양을 원시인이 큰 의미 없이 새긴 것으로 보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낙서'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나라 또한 낙서의 역사가 유구했다. 구미시 금오서원 정학당 대청에 붙은 현판 중 '칠조'(七條)란 제목의 글을 살펴보면 '창과 벽에 낙서하는 것'(汚穢窓壁)을 금지행동 중 으뜸으로 두었다. 금오서원이 1572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낙서의 역사는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역사에 기록된 낙서 이야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주초위왕'(走肖爲王)이다. 선조실록에 실린 이야기로 조광조의 반대 세력이 궁궐 후원 나뭇잎에 '주초위왕'이라는 글씨를 새겨 조광조를 역모로 몰아 죽였다는 이야기다. 한자인 달릴 주(走)와 닮을 초(肖)를 합치면 조광조의 성씨인 나라 조(趙)가 나온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현대사에서 가장 유명한 낙서는 1971년 제7대 대통령선거 막바지에 영남지역에 붙었던 '전라도여 뭉쳐라'라는 벽보다. 당시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역감정이 선거 운동의 주요 무기로 사용되던 당시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날 갑자기 영남지역에 '전라도여 뭉쳐라'라는 괴벽보가 붙으면서 당시 김대중 후보에게도 그 나름 우호적이었던 영남지역의 표가 모두 박정희 후보에게로 몰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벽보의 실체는 2007년 국정원 진실위 보고서에 국정원이 '풍년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직접 영남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흑색 선전물을 뿌리도록 하는 등의 방법을 썼다는 것이 드러나 당시 중앙정보부가 붙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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