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상돈의 소리와 울림] TK 정치 쇄신은 '톱 투 프라이머리'로

결선투표 방식의 본선 후보 2명 선출, 공직선거 후보 개방형 경선 폐단 개선

1951년 서울생. 경기중고
1951년 서울생. 경기중고'서울대 법대. 중앙대 법대 교수'학장.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새누리 '공천=당선'인 대구경북지역 정치 지망생 로비'줄서기도 필요 없어

여야가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공직 후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개방형 경선(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새누리당의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과 나경원 의원,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원혜영 정치쇄신특위 위원장과 박영선 의원이 토론회에 참여해서 각자가 구상하는 개방형 경선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나는 이런 논의에 대해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지역이 대구경북이라고 생각한다. 대구경북 지역은 새누리당의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데, 그 공천이라는 것이 투명하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12년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대구의 대부분 지역구 후보를 마지막에 하향식으로 공천했고, 유권자들은 이렇게 내려온 후보들을 그대로 지지했다. 4'11 총선은 대선을 준비하던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신임 투표 같았기 때문이었다.

2014년 6'2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대구경북 지역의 기초단체장 후보를 100% 여론조사 또는 당원 투표 50%와 여론조사 50%로 결정했다. 하지만 시장 군수 구청장 후보를 이런 절차를 통해 선출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여론조사의 공정성이 얼마나 담보되는지를 알 수 없다. 대구경북 지역은 본선에서 야당 후보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새누리당 후보 선출은 곧 당선을 의미한다. 신뢰성이 의심스러운 여론조사가 사실상 당선을 좌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문제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이런 폐단을 시정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오픈 프라이머리도 고려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당원에게 가중치를 주는 반(半)개방 경선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는 경선 당일에 자신을 지지할 당원과 유권자를 많이 동원할 수 있는 후보자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상향식 공천을 한다는 원칙을 정해 놓았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박영선 의원은 결선투표 방식인 '톱 투 프라이머리'(Top Two Primary)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톱 투 프라이머리는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등 몇몇 주에서 채택한 제도인데, 결선투표 방식으로 본선 후보를 2명 선출하는 것이다. 예비선거에는 누구나 입후보할 수 있는데, 한 정당에 속한 후보가 여럿 출마할 수도 있다. 예비선거 날 유권자들은 투표소에 가는데, 그들이 받아 든 투표용지에는 공화당, 민주당, 무소속 후보 명단이 나열되어 있다. 유권자들은 그중 한 명에게 투표한다. 개표 후 득표수가 가장 많은 2명이 본선에 진출하는데, 그 두 명이 한 정당 소속인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가령 예비선거 명단에 공화당 2명, 민주당 3명, 무소속 후보 2명이 있는데 그중 민주당 후보 두 명이 최고 득표를 하면 민주당 후보 2명만 본선에 진출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톱 투 프라이머리가 '공천이 즉 당선'인 지역구가 전체 지역구의 절반이 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매우 적합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이 제도를 도입한다면 대구경북의 많은 곳에서 새누리당 후보 2인이 본선에 진출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새누리당 후보이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 후보를 찍을 필요가 없게 되니까 진정으로 마음에 드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국회의원이나 시장 군수에 뜻이 있는 정치 지망생은 정당 고위층에 줄을 서거나 로비를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정치 신인은 경선에서 1등을 할 가능성은 적더라도 2등으로 본선 에 진출하게 되면 언론의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다면 신뢰성이 의심스러운 여론조사가 사실상 본선 결과가 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톱 투 프라이머리를 시행하게 되면 공직선거에 후보를 내는 정당의 기능이 훼손된다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제도를 택하는 경우에도 정당은 어떤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힐 수는 있기 때문에 정당의 기능이 훼손된다고 볼 이유는 없다. 이 제도가 반드시 정치 신인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현역의원이나 현직 시장 군수는 웬만하면 예비선거에서 2등을 할 테니까 본선 진출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국회의원은 당 대표 등에 줄을 댈 필요가 없고, 시장 군수는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나 시도당 위원장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게 된다. 어차피 선거법을 바꾼다면 이 제도를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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