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고경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골재에 5천만원을 투자하면 작업이 이뤄지는 26개월 동안 매달 600만원씩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돈을 송금했다는 A(41'포항) 씨는 요즘 잠이 오지 않는다. 산업단지를 만드는 시공사와 하도급 계약을 맺었으니 안심하라는 말에 A씨는 의심을 하지 않았다. 5천만원은 빌린 돈이어서 당장 이자가 큰 걱정이다. "아는 사람 2, 3명도 같은 수법에 당했습니다. 그 사람들 피해액은 1억원이 넘는데…." A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경기도 광주에서 조경업을 하는 B씨 역시 지난해 가을, 공단 조성 시공사와 하도급을 맺었다는 업체와 벌목 및 발파 관련 재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다른 현장보다 2배 더 많은 단가를 쳐주겠다는 말에 솔깃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 작업현장에 놓을 컨테이너 박스 설치비 등 초기 투자비 명목으로 1억900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공단 조성공사는 계약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감감무소식이다. 돈을 날릴 지경에 놓인 것이다. B씨는 결국 최근 포항 남부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영천고경일반산업단지(이하 고경산단) 주변이 시끄럽다. 공단 조성 과정에서 나오는 골재 사업에 투자하라는 권유를 받고 돈을 넣었다가 떼인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가 하면, 공사 하도급을 받는 과정에서 "단가를 몇 배 높여주겠으니 투자하라"는 말에 속아 거금을 날린 업자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2일 피해자들에 따르면 대구와 포항, 경기도, 전라도, 충청도 등지에서 고경산단과 관련된 하도급 사기로 각각 3천만~1억원을 피해봤다는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고경산단 투자 사기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벌목'발파'골재 채취 등에 직접 연관된 업체들에 집중됐지만, 올 들어서는 평범한 월급쟁이까지 '투자 미끼'에 걸려들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피해자들은 "업체를 상대로 한 하도급 사기는 원청 시공사와 맺은 허위공사계약서를 내밀며 벌목이나 발파를 재하도급주겠다고 한 뒤 보증'차용금 형태로 수천만원을 받아 가로채는 방식"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허위공사계약서를 보여 준 뒤 수익에 따라 배당을 주겠다며 돈을 끌어들인 뒤 연락을 끊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했다.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는 방법도 교묘했다. 고수익을 보장하는 남모르는 투자처를 알려주겠다며 알음알음으로 개인 투자자들과 접촉했고, 마치 실제 공사를 발주해서 하도급 계약을 맺을 것처럼 공문 등을 발송하는 방법으로 피해 업체들을 끌어들였다.
영천시에 따르면 현재 고경산단은 착공도 못 한 상태다. 고경산단 시행사(세화엠피)가 정해졌고, 시공사(우평)가 가계약됐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시행사의 자금 부족으로 산단 조성공사는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게다가 산단 조성공사 시공사로 가계약을 한 우평은 하도급계약을 맺은 업체가 단 한 곳도 없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진 것이다.
영천시 관계자는 "고경산단 부근에만 가도 사기 피해 안내문이 수두룩해 영천 사람들이 속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경기도'전라도'충청도 지역이 주로 사기에 걸려든 것으로 알고 있으며 최근에는 포항'대구도 대상이 되고 있다"며 "하도급 등의 계약을 체결하기 전 현장을 반드시 둘러봐야 했는데, 사기업체들이 제시한 가짜 계약서와 고수익률에 현혹돼 피해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영천 민병곤 기자 minbg@msnet.co.kr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