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는 있다. 하지만 돈을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다.'
유권자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이희진(51) 영덕군수를 두고 법원이 내린 판결(본지 29일 자 7면 보도)이 그렇다. 문제의 돈봉투는 존재하지만, 실체적 진실은 오리무중이다.
대구지검은 4일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하기로 했다. 2심에서 다시 실체적 진실을 가리자는 것이다. 검찰의 항소에 대해 이 군수 측은 "검찰이 별도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1심 판결이 번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법적 판단을 떠나 사건의 실체가 가려지기 전까지 세간의 입방아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8일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엽)는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지난 6'4 지방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1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건넨 혐의로 기소된 이희진 영덕군수의 선거법 위반과 무고'명예훼손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 증거인 CCTV 영상, 김 씨가 돈을 세는 것을 봤다는 증인 진술, 피고인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봉투를 흘렸다고 주장하는 등 돈을 줬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증거인 김 씨의 진술이 일부 모순돼 신빙성을 의심받았고,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에게 돈 줄 이유가 없다는 이 군수 측 주장이 설득력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군수가 김모(54'영덕군 강구면) 씨에게 돈 봉투를 줬다는 의혹이 법적으로는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군수로부터 무고 혐의로 피소된 고발자 김 씨는 어떻게 될까. 김 씨도 지난해 12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즉 검찰이 보기에는 김 씨도 무죄라는 것이다.
당초 검찰도 김 씨의 고발이 조작일 가능성을 의심했다. 하지만 김 씨가 사건 현장인 삼사리 어촌계 CCTV 동영상을 확보하도록 검찰에 제보했고, 해당 CCTV가 고장 난 것으로 드러나자 직접 인근 횟집 CCTV 동영상에 대해 제보한 뒤 사비를 들여 검찰에 제공하는 등 스스로 증거 찾기에 나서자 김 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군수가 '돈 봉투를 건넸다'는 강한 의심과 함께 이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6월, 무고와 명예훼손에 대해 징역 10월을 구형했던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군수가 아버지에게서 받은 돈 봉투를 갖고 다니던 중 잃어버렸다는 점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주변 인물들과 사건 현장의 관련 증인들의 조사를 통해 선거 과정에서 이 군수가 김 씨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김 씨는 이번 재판 중 증인 일부가 위증을 하고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어서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모현철 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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