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창의인재 3.0] <6>꿈에 도전하라 -불 붙는 청년 창업

안정된 직장=행복? 원하는 일해야 행복!

이경동 월넛 대표가 이달 5일 오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원단 디자인&설계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갖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이경동 월넛 대표가 이달 5일 오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원단 디자인&설계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갖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이장우 한국경영학회장은 '인재 3.0'은 '기존의 가치관을 벗어나 스스로의 뜻을 실현하는 인재'로 요약했다. 이런 인재상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은 단연 청년 창업자들이다.

이달 5일 대구무역회관 1층의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삼성C(크리에이티브)랩 1기생 18개 팀과 벤처투자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핏칭'(Pitching) 대회가 열렸다. 핏칭은 투자사, 바이어 앞에서 사업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설명하는 일종의 투자 설명회다. 안정된 직장과 진로를 마다하고 창업에 뛰어든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왜 이 일을 하나'…자기 확신이 힘

삼성C랩은 지난해 9월 대구시와 삼성 간 창조경제협약에 따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내에 둥지를 튼 창업지원기관이다. 작년 12월 삼성C랩 1기 공모에서는 18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총 18개 창업팀이 선발됐다. 출신 지역, 학력, 연령, 업종을 불문하고 모인 창업가들이 삼성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6개월간 창업 준비를 한다.

이들은 지난달 경기도 수원의 삼성전자 연수원에서 보름간 '특별 교육'을 받았다. 굴지 IT 기업의 전략고문 같은 고급 강사들의 강연이 하루 3, 4개씩 열렸고, 저마다 창업 경험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새벽 2, 3시까지 열띤 토론도 이어졌다.

"삼성전자 연수에서 얻은 가장 값진 소득은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확신을 굳혔다는 겁니다."

벤처기업 '슈퍼스트링'(Superstring)의 은석훈(41) 대표이사는 "앞으로의 세대들은 일생 3, 4개의 직업을 갖는다고 한다. 창업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원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만족감은 크다"고 했다.

은 대표는 대구에서 고교를 나와 서울의 유명대학 법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에서 국제금융을 공부한 재원이다. 2006년부터 3년간 은행원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았지만, 혁신적인 '핀테크'(FinTech'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 아이디어를 회사에 제안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과감히 창업에 도전했다.

"신용카드 고객이 카드혜택을 100% 누릴 수 있도록 돕자는 의도였는데 되레 핀잔만 받았죠. 보수적인 회사문화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어요."

창업의 길은 험난했다. 영국 유학시절 떠올렸던 아이디어로 과학교육 체험사업에 도전했지만 큰 빚을 떠안게 됐다. 이후 생계를 위해 아파트 야간경비원, 영어 강사로 일해야 했고, 급기야 신용회복위원회 문을 두드려야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 그런 그가 창업에 재도전한 것은 2013년 대구스마트벤처창업학교에 입교하면서다. 핀테크 관련분야의 특허를 가지고 있던 그는 1년간 창업에 몰두했고, 삼성C랩에까지 입성할 수 있었다. 생활고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게 원동력이었다. 지난해 8월 슈퍼스트링을 창업하고, 현재 직원 4명까지 고용했다. 인생 후배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그는 "힘들어도 의미 있는 일이라면 좋은 일이다. 힘든 환경을 버틸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은 대표는 "핀테크의 꽃은 인터넷 은행"이라며 "대구에서 처음으로 고객 혜택만을 목표로 하는 인터넷 은행을 만들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역경은 있어도 포기는 없다

삼성C랩 1기생인 ㈜준성ENC 박준우(37) 대표는 지난해 11월 대구 성서공단에서 창업했다. 20대 때부터 부친을 도와 가업인 배관업체에서 일을 배웠지만, 1998년 외환 위기 후 가업이 기울면서 공사장 현장직으로 6개월 가깝게 일해야 했을 정도로 평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현재 직원 1명뿐인 벤처업체 대표지만 그의 꿈은 야무지다. 그가 개발한 물 배관 이음구는 나사, 용접 없이 배관을 이을 수 있는 부품으로 배관 부식을 막을 수 있고 모든 배관에도 적용할 수 있다.

박 대표가 만든 물 배관 이음구 시제품은 작년 초 발명진흥회의 기술성 평가시험을 통과하며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올해 4월 열리는 세계물포럼에 부스도 신청했다. 물 배관 이임구 기술을 개발해 물 관련 유망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에그핀의 김혁(28) 대표는 회사를 설립 중인 예비창업자다. 2년 전 홍익대를 졸업(제품 디자인 전공)한 그는 취업이 아니라 창업을 택했다. 삼성C랩에 들어온 후 대구에서 자취생활을 하며 창업에 몰두하고 있다. 밤을 새우기도 예사다. "대학 다닐 때부터 취직을 위한 수업이 아니라, 창업에 필요한 특허, 마케팅 수업을 찾아서 들었어요. 주변에서 취업에 대한 압박이 많았지만 '취업을 하면 그 일이 즐거울까' 회의가 많았죠." 육아용품을 개발 중이라는 김 대표는 과감히 창업에 도전해보라고 후배들에게 권했다. "내 꿈을 실현하는 이 공간이 정말 소중하고, 행복합니다. 지금처럼 창업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많을 때 신념을 갖고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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