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정웅 "화해합시다"…염색공단 받아줄까?

맞고소까지 갔던 대립 급변화…咸, 공단 찾아가 중단 뜻 밝혀 "재산 털테니…"

고소전을 벌이며 치열하게 대립하던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하 염색공단)과 함정웅 전 염색공단 이사장 간의 갈등이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함 전 이사장이 염색공단 측에 고소를 중단하는 한편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염색공단 측은 일단 반기고 있지만 이사회 전체의 의견과 함께 입주기업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먼저 손 내민 함정웅

11일 오전 함 전 이사장은 갑작스럽게 염색공단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함 전 이사장은 염색공단과의 고소전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함 전 이사장은 "오랫동안 재판에 시달리면서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며 "법의 잣대로는 나의 무죄를 밝힐 수 없을 것 같다. 대법원까지 상고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함 전 이사장은 염색공단 측에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배상 금액의 일부를 깎아달라는 것. 함 전 이사장은 "내 재산을 털어서라도 손해배상금을 갚겠다. 하지만 내가 염색공단과 지역 섬유산업을 위해 기여한 공로가 있는 만큼 이를 감안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염색공단 관계자는 "항소를 진행하면서 이자가 크게 불어난 상황"이라며 "이자라도 면제받고자 하는 의중인 듯하다"고 귀띔했다.

함 전 이사장의 마음이 돌아선 배경에는 대구고법 판결이 영향을 끼쳤다. 대구고법은 5일 염색공단이 함 전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함 전 이사장은 염색공단에 45억2천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판결했다.

또 이와 별도로 염색공단이 함 전 이사장에 대해 염색공단이 국세청에 추징당한 약 30억원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점도 함 전 이사장의 판단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

한 관계자는 "횡령은 대법원에서까지 판결이 난 상황인데 이를 뒤집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염색공단에 질 수밖에 없다. 결국 또 다른 손해배상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으니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 전 이사장은 2001~2008년 염색공단 내 유연탄 운송비를 부풀려 46억원을 횡령하고, 염색공단 소유 화물차를 싼 가격에 처분해 염색공단에 7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2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염색공단은 함 전 이사장이 실형을 선고받자 국세청으로부터 추징당한 27억여원을 돌려받기 위해 약 5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주도권은 염색공단으로

함 전 이사장이 먼저 합의를 제안해옴에 따라 둘 간의 대립에서 주도권은 염색공단에 넘어가게 됐다. 정명필 현 이사장의 임기가 다음 달에 끝난다는 점에서 이번 제안을 수용할 경우 새 이사장은 대립각을 세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염색공단이 함 전 이사장의 요구를 거절하면 앞으로도 고소전을 계속해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 있다. 염색공단 관계자는 "법인인 염색공단의 대표는 이사장이다"며 "새 이사장이 선출되면 소송 주체도 바뀌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염색공단은 함 전 이사장을 무고죄와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기 위해 법률검토 중이어서 '화해 모드'가 가동될지 의문이다.

앞서 함 전 이사장은 염색공단이 폐수처리장 약품 및 전기탈수기와 관련한 비리가 있다는 투서를 염색공단 입주 기업체에 돌린 바 있다. 이를 두고 염색공단은 지난달 18일 이사회에서 함 전 이사장을 무고죄와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함 전 이사장은 "나에게 누군가가 투서를 해와 이를 대신해서 업체에 돌린 것일 뿐 내가 주도한 것이 아니다"며 "고소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염색공단 김성종 전무는 "모든 것은 이사회와 입주기업이 모두 동의해야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다"고 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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