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누리 "내키진 않지만 세 번째 낙마는 막자"

총선·레임덕 걱정 "단독으로라도 통과" 의견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한 중진 국회의원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를 '계륵'(鷄肋)이라고 표현했다. 이 후보자를 인준하자니 '성난 여론'이 의식되고, 버리자니 안 그래도 힘들어하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을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12일 오전 10시 예정된 당 의원총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당 내부에선 내키지는 않지만 이 후보자를 통과시켜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안대희 전 대법관, 문창극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에 이어 박근혜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이게 된다. 취임 후 최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박 대통령으로선 후속 개각 등 국정 쇄신 구상이 뒤로 밀려 국정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집권 3년 차에 레임덕이 올 수 있는 치명적인 상황도 맞을 수 있다.

따라서 여당인 새누리당으로선 내년 총선을 대비해서라도 이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 지역 한 초선 국회의원은 "어쩔 수 없다.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더 큰 위기를 피하려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인준 절차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여당 단독으로 인준 처리를 강행하는 것은 이미 등 돌린 민심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한 당직자는 "이틀 동안의 인사청문회가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이미 '부적격'으로 낙인을 찍은 것 같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독박'을 쓸 수도 있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당론으로 결정됐다 하더라도 (표결에서) 그렇게 따르겠느냐"고 걱정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되더라도 골치다. 여당 청문특위 위원들은 '존경하는 지도자상'이라며 엄호했지만, 이 후보자에겐 벌써부터 '양파'(깔수록 나오는 의혹을 빗댄 말), '(의혹)자판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총리가 되기도 전에 만신창이가 됐고, 국민적 시선은 싸늘하다. 이 때문에 따가운 국민 여론에도 이 후보자가 총리에 임명된다면 그 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식물총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여당 단독 처리에 따른 정국 경색 국면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거리도 있다. 새롭게 출범한 유승민 원내대표호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사사건건 협상장에서 딴죽을 걸 수 있는 빌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지현 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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