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한 중진 국회의원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를 '계륵'(鷄肋)이라고 표현했다. 이 후보자를 인준하자니 '성난 여론'이 의식되고, 버리자니 안 그래도 힘들어하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을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12일 오전 10시 예정된 당 의원총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당 내부에선 내키지는 않지만 이 후보자를 통과시켜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안대희 전 대법관, 문창극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에 이어 박근혜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이게 된다. 취임 후 최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박 대통령으로선 후속 개각 등 국정 쇄신 구상이 뒤로 밀려 국정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집권 3년 차에 레임덕이 올 수 있는 치명적인 상황도 맞을 수 있다.
따라서 여당인 새누리당으로선 내년 총선을 대비해서라도 이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 지역 한 초선 국회의원은 "어쩔 수 없다.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더 큰 위기를 피하려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인준 절차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여당 단독으로 인준 처리를 강행하는 것은 이미 등 돌린 민심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한 당직자는 "이틀 동안의 인사청문회가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이미 '부적격'으로 낙인을 찍은 것 같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독박'을 쓸 수도 있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당론으로 결정됐다 하더라도 (표결에서) 그렇게 따르겠느냐"고 걱정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되더라도 골치다. 여당 청문특위 위원들은 '존경하는 지도자상'이라며 엄호했지만, 이 후보자에겐 벌써부터 '양파'(깔수록 나오는 의혹을 빗댄 말), '(의혹)자판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총리가 되기도 전에 만신창이가 됐고, 국민적 시선은 싸늘하다. 이 때문에 따가운 국민 여론에도 이 후보자가 총리에 임명된다면 그 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식물총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여당 단독 처리에 따른 정국 경색 국면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거리도 있다. 새롭게 출범한 유승민 원내대표호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사사건건 협상장에서 딴죽을 걸 수 있는 빌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지현 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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