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넷 여기저기 나도는 내 정보 '청소'해 드립니다

'디지털 세탁소'도 성업중

'죽지 않는 디지털 기록, 우리가 지워 드립니다.' 최근 디지털 기록을 전문적으로 지우는 업체들이 등장해 원치 않는 정보를 없애는 '디지털 세탁'을 돕고 있다.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메인 화면. (출처=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홈페이지 캡처)

디지털 기록, 지워 드립니다

최근 '디지털 세탁소'도 성업 중이다. 흥신소가 의뢰인이 원하는 정보를 찾는 곳이라면 디지털 세탁소는 인터넷에 흩어진 개인 정보를 없애는 일을 한다. 십여 년 전에는 정치인과 연예인, 기업 등 특정인들이 온라인 평판을 관리하려고 사용했다면 요즘에는 일반인들도 개인 정보 관리를 위해 이용하고 있다.

2000년 모델 에이전시로 사업을 시작한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는 디지털 기록을 지우는 업체로 업종을 바꿨다. 모델 에이전시 업체가 '디지털 장의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광고에 출연했던 초등학교 5학년인 아동 모델 때문이었다. 온라인 상에서 이 아이를 비방하는 댓글과 함께 안티카페까지 생겨나자 잘못된 정보를 삭제하고 관리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서비스 이용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회사 이직을 위해 전 직장과 관련된 기록을 지워달라는 직장인부터, 이혼 뒤 과거 결혼 생활이 노출된 사진 삭제를 원하는 여성, 전 애인과 성관계한 동영상을 지워달라는 요청까지 다양한 이유로 이 업체를 찾는다.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 네이버 계정과 사진 등 원하는 정보를 모두 삭제하는 '디지털 장례식'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50~200만원 수준이다.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김호진 대표는 "서로 사랑할 때는 좋았던 기억이 사랑이 식으면 불편한 기록이 된다. 재혼을 했는데 전 시댁 식구들과 여행 가서 찍은 사진이 블로그에서 계속 검색된다면 얼마나 불편하겠는가"라며 "자신이 올린 사진이나 글이라면 직접 지우면 그만이지만 작성자가 본인이 아니라면 포털 사이트나 게시자에게 따로 연락을 해서 삭제 요청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일반인 고객의 60%가 청소년으로 미성년자들의 문의가 많다. 장난삼아 찍었던 알몸 사진이 SNS에 급속도로 유포돼 자살을 결심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청소년 고객에게는 비용을 받지 않는다는 김 대표는 "호기심에 한 번 저지른 실수가 한 아이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미성년자들이 정보 삭제 요청하면 내부 검토 과정을 거친 뒤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지금은 사람이 죽어도 디지털 기록은 죽지 않는 세상이다. 하루빨리 잊혀질 권리와 관련된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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