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톡·페이스북·트위터…그래, 한번 끊어보는 거야

10년 지기 '친구'를 단칼에? 습관처럼 손가락은 '터치'

금연을 결심한 사람들의 심정이 이럴까. SNS와의 결별을 선언하자니 한숨부터 나왔다. 싸이월드 시절부터 시작된 SNS 경력은 10년을 채웠다. 긴 시간이었지만 SNS는 아무 투정 없이 나와 함께했다. 희로애락 중 어떤 감정이든 너그럽게 받아줬고, 일상이 따분할 때는 신선한 정보들로 즐거움을 안겨줬다. 10년 지기 오랜 친구를 떠나려니 비록 일주일이지만 앞길이 예상되지 않았다.

◆결심과 실천

그러나 SNS를 떠날 필요성은 충분했다. 'SNS는 소셜 네트워크 스트레스(Social Network Stress)'라는 말에 적잖이 공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 역시 SNS가 안겨주는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남들이 올린 화려한 일상을 보며 내 일상이 초라하게 느껴져 우울했던 적도 있고 원치 않는 게시물에 일방적으로 노출돼 짜증스러웠지만 몇 분 후 습관적으로 또 SNS를 열어보며 스스로를 한심스러워한 적도 있다. 스트레스는 정신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잠들기 전 10~20분은 습관적으로 SNS 속을 떠돌아다닌 탓에 다음날엔 온종일 눈이 피로함을 느끼던 참이었다.

SNS를 떠나보자고 결심했다. 그러나 얼마나 멀리 떠날 것인가. 범위를 정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카카오 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트위터 등이 기자가 쓰던 SNS다. 이왕 하는 도전, 모두 다 끊어보기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숨 쉬듯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카카오 톡 메신저까지 말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채식주의자로 따지자면 육류와 생선은 물론이고 자주 먹는 우유와 계란까지 거부하는 '완전 채식주의자' 정도가 아닐까.

◆금단현상과 위기

도전은 10분 만에 1차 실패위기를 맞았다. 선배와의 아이템 회의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마자 무의식중에 페이스북에 접속한 것이다. '나는 SNS 중독자가 아니다'라고 굳게 믿었던 확신이 무너졌다. 당장 카카오 톡 메신저 알림말을 바꿨다. '카톡 탈출. 문자 메시지나 전화 주세요.' 알림말을 바꿨지만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나를 찾는 사람은 며칠이 지나도록 없었다. 반면 카카오 톡 메시지는 수십 개씩 쌓여갔다. 평소 SNS로 나누던 대화의 무게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급하거나 중요한 메시지였다면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보냈을 텐데. 다들 당장 몰라도 되는 그런 대화들이었다는 말이다. 간혹 문자 메시지가 와도 연락하는 즐거움은 덜했다. 카카오 톡처럼 실시간 대화가 아닌 짤막한 정보 교환에 그쳤기 때문이다.

금단현상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다. 증상은 세상에서 나만 소외되고 있을 것 같은 '불안함'이었다. 평소 SNS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는 재미는 쏠쏠했다. 친구들의 일상 소식부터 정치, 사회, 경제, 문화계 소식까지. SNS는 그야말로 나에게 최적화된 뉴스스탠드였던 셈이다. SNS만 켜면 볼 수 있던 정보를 접할 수 없으니 세상이 나를 두고 뒤에서 이야기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애타게 찾고 있을 것 같은 불안함도 동시에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이런 금단현상은 3일이 지나자 잦아 들었다. 불안한 건 나 혼자였다. 세상 소식은 종이 신문이나 포털 사이트로 확인하면 충분했고 누군가 나를 급하게 찾는다면 전화를 할 것이라 생각하니 여유가 생겼다.

두 번째 위기도 무의식 중에 찾아왔다. 주말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모임이 길어질 때쯤 나도 모르게 SNS 앱을 눌렀다. SNS가 완전히 켜지기 전 신속하게 창을 닫았다. 그리고 순간 깨달았다. 그동안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SNS를 돌보느라 정작 만남에는 무심한 순간이 잦았구나. 멈추고 주변을 돌아봤다.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틈만 나면 SNS를 확인하기에 바빴고 메신저로 멀리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의 내 모습이었다. SNS를 떠나보니 비로소 그동안의 내 모습이 보였다.

◆깨달음

두 번의 실패 위기, 수차례의 금단현상을 경험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SNS와의 결별 후 얻은 가장 큰 소득이라면 종이와 펜에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책의 끄트머리에서 몇 달째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던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을 SNS에서 벗어난 일주일 사이 완독했다. 늘 스마트폰이 들려 있던 손은 펜을 잡고 무엇이라고 끼적였다. 스마트폰에 비해 몇 배 두껍고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기가 귀찮았지만 책은 머리를 식히기에 적합한 안식처였다. 책 내용에 집중하자 스마트폰 생각은 사라졌다. 세상에는 이렇게 좋은 글이 넘쳐나는데 나는 왜 그동안 실시간 정보에만 급급했던 걸까.

인간관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SNS 속 소통은 묘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마치 인맥 관리를 잘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다. 연락한 지 오래된 친구가 올린 사진에 댓글을 달면 마치 안부 인사를 한 것 같고, 평소 연락하기 어려운 사람이 올린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면 연락을 한 번 취한 것 같다. 하지만 댓글과 '좋아요'는 전화 한 통, 오프라인 만남 한 번을 쫓아가기 어렵다.

그러나 막상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려니 버튼에 쉽게 손이 가질 않았다. 그동안 워낙 '손쉬운 연락'에 길들여졌던 탓이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전화를 걸었다. 멀리 사는 가족, 고등학교 동창, 대학 시절 교수님 등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모두 첫 마디는 '어쩐 일로 전화를 다했냐'는 반응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30분을 넘겼고 잊고 있던 친밀감을 쌓았다.

이제 다시 SNS로 돌아갈 때다. 카카오 톡에는 500개가 넘는 메시지가 쌓여 있었지만 왠지 일일이 답하는데 시간을 쏟기가 꺼려졌다. 온전히 나 스스로와의 시간, 눈을 맞출 수 있는 주변 사람들과의 시간, 멀리 있는 사람들과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그 소중함을 잃고 싶지 않아서일까. 예전만큼 SNS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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