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한국 여행객은 흔히 두 가지 낯선 상황과 마주치게 된다. 통행료는 무료, 화장실은 유료라는 점이다. 통행권인 '비넷'(Vignette)이 없어도 아우토반을 마음껏 달릴 수 있지만 휴게소 화장실은 거저가 아니다. 우리와는 정반대라 매우 어색하지만 독일인의 합리성이 숨어 있다.
독일 휴게소 화장실 이용료는 0.5유로(약 650원)다. 볼일을 보려면 50센트짜리 티켓을 사야 한다. 요금이 70센트인 휴게소의 경우 발권기에서 50센트 티켓을 받고, 이용료로 20센트를 낸다. 티켓이 없으면 차단봉 너머로 화장실 입구만 구경하게 된다. 화장실 이용 후 이 티켓을 버리면 안 된다. 티켓으로 식사도 하고 음료수도 살 수 있다. 말하자면 티켓은 화장실에 갔다가 돈을 더 보태 물건도 사게 하는 미끼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이런 문화는 색다른 경험이다.
그동안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는 잠시 머무는 곳이었다. 하지만 요즘 휴게소는 다르다. 사람과 차가 쉬는 곳이 아니라 가족 나들이 길의 목적지가 됐다. 일부러 찾아가는 장소로 진화한 것이다. 이런 트렌드를 만든 휴게소가 바로 영동고속도로 덕평휴게소다.
2007년 문을 연 덕평휴게소(경기도 이천시 마장면)는 여행객이 가장 가고픈 휴게소로 급부상했다. 일부러 휴게소를 찾아 길을 나서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코오롱글로벌이 운영하는 전국 최대 규모 휴게소로 2013년에 55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울렛과 숲길, 애견 체험학습장과 허브 정원 등 다양한 테마파크로도 유명하다.
도로공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6곳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식은 덕평휴게소 소고기국밥이었다. 약 37만 그릇으로 하루 1천 그릇꼴로 나갔다. 도로공사와 음식 전문가가 선정한 '휴게소 추천 대표 음식 톱 15'에는 김천휴게소 수제왕돈가스, 칠곡휴게소 시골닭개장, 현풍휴게소 현풍한우곰탕도 이름을 올렸다. 그냥 허기만 달래는 곳이 아니라 별미를 맛보는 휴게소로 진화했다.
지저분하고 볼거리 없는 휴게소, 트럭행상이 점령한 휴게소는 이제 외면받는 때다. 휴게소의 진화만큼 교통문화와 안전의식까지 개선되면 금상첨화다. 이번 설 연휴에도 3천만 명이 움직인다. 좀 밀리더라도 사고 없는 쾌적한 여행길이면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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