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업료에 슬쩍 포함…이름만 바뀐 기성회비

국립대 재정회계법 상임위 통과, 국립대 재정대란 일단 피했지만…

기성회비 대체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대체 법안이 다음 달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경북대 등 지역 국립대 재정 운영에는 다소 숨통이 트이지만, 여야 정치권이 국립대의 공공성을 외면했다는 비난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3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국'공립대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포함해 한꺼번에 걷을 수 있도록 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을 통과시켰다. 앞서 새누리당은 2012년 재정회계법을 발의했지만 정부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본회의 상정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교육부와 새누리당은 국립대 학생들이 낸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서 1'2심 모두 학생들이 승소하자 재정 보전을 위한 대체 입법으로 재정회계법 상정을 추진해 왔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그동안 국립대 공공성 훼손을 이유로 재정회계법 상정을 반대해 왔지만 국립대 재정 대란이 임박하면서 이번 법안 통과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재정회계법이 처리되면 국공립대 재정 대란은 일단 피할 수 있다. 전국 국공립대의 기성회비는 연간 1조3천억원, 경북대'금오공대'대구교대'안동대 등 대구경북 4개 국립대의 기성회비는 1천500여억원으로 수준으로 대학 운영 경비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국립대 '공공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립대 학생들이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낸 이유는 정부가 국립대 재정 지원을 외면한 데서 비롯됐다. 국립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법적 근거가 없는 기성회비를 징수해 정부 재정지원 부족분을 대신해 왔다. 이번 재정회계법에도 정부 재정지원에 대한 규정은 없다.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포함해 한꺼번에 걷을 수 있도록 한 재정회계법은 결국 수업료 인상 법안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지역 국립대 관계자들은 "기성회비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비로 지원하거나 등록금을 감면해야 한다는 야당 주장은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재정회계법 입법에 반대해 왔던 교수 단체, 대학 노조, 학생회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했다.

이상준 기자 all4you@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