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미화 칼럼] 대구의 신화<神話>를 만들자

4명 대통령과 인연 간직한 대구

이런 도시콘텐츠 세계적으로 없어

대구의 큰 인물을 관광콘텐츠로

최근 박일환 대구시의원(경제환경위원장)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기념관을 짓자'고 제안했다가 대구참여연대 등의 큰 반발을 샀다.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이 "군부 독재가 대구의 자랑거리냐"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박 의원은 지역 출신 대통령이 국력의 기초를 다지고, 국가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면서 전직 대통령 세 분을 기리는 통합기념관을 건립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견해를 피력했다.

대통령의 공과는 따져봐야 하겠지만, 박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조국 근대화의 아버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정치와 경제를 안정, 노태우 전 대통령은 북방 정책을 통해 전쟁의 위협을 줄였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3명의 전직 대통령 모두 반헌법적 군부 쿠데타의 주역이라며 비판했다.

재미있는 것은 해외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하여 4명의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있는 대구에 대해서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에 가면 대통령의 체취를 느낄만한 게 뭐가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대구시의 자매도시인 중국 닝보에서도 "어떻게 한 도시에서 4명의 대통령과 인연을 맺을 수 있느냐"고 큰 관심을 보였다. 류형우 대구예총 회장 역시 최근 닝보를 방문했다가 같은 질문을 들었다.

수학여행지를 경주 대신 순천으로 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벌이고 있는 전남 순천만은 흑두루미로 전국의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흑두루미는 까만 머리에 흰 몸을 하고 있어서 선비를 연상시키고, 흑두루미를 보면 선비처럼 관운이 트인다고 하여 연하장 소재로 선호되기도 한다.

흑두루미를 보고도 관운을 비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데, 전현직 4명의 대통령이 태어나거나 인연을 맺은 대구의 어떤 기운을 느끼고 싶은 것은 관광객들의 당연한 요구이다. 예로부터 인재의 배출지로 알려진 대구시가 어떤 매력과 기운을 지녔길래 4명의 대통령이 태어나거나, 공부를 하고, 결혼을 했을까. 대구에 가서 그 좋은 기운 한번 받고 오자는 관광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스토리를 만들고, 관련 흔적들을 보존하고, 기념관을 세우는 것은 대구시민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않는가.

대통령이 직접 묵었던 호텔에 대통령 방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고, 그 방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DNA를 근면 자조 협동으로 바꾼 대통령의 글씨가 남아 있다. 대구 팔공산 자락에는 또 다른 대통령의 생가가 보존되어 있고, 대구공고에는 오픈하지 못한 대통령 기념실이 있다. 대구시민이 대구관광의 활성화를 위해서 '대통령 콘텐츠'를 활용하면 왜 안 되는가.

대기업이 들어오지 않아서 일자리가 부족한 대구시에 관광산업은 일자리 유발 효과가 크다. 관광객들이 와서 먹고 자고 기념품을 사가도록 만들어야 대구에 먹고살거리가 생긴다. 지역은 이곳에서 태어난 대통령의 흔적과 체취를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서 그를 느끼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전달하고, 그들이 와서 기분 좋게 즐기고 가도록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전현직 대통령들뿐 아니다. 삼성 창업자 고 이병철과 고 김수환 추기경 스토리도 관광상품으로 엮어내야 한다.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따라올 수 없는 콘텐츠를 대구는 갖고 있다. 김광석 거리도 좋고, 근대골목도 좋지만 콘텐츠를 다양화시켜야 한다. 김수환 추기경이 태어난 남산동에 출생비를 세우고 미션로드를 개발하거나 이병철의 삼성상회와 연결된 리치로드(rich road)을 만들어내면 대구의 미래를 위한 마르지 않는 샘이 될 수 있다.

지난 1월 말 대구시민들은 그랜드호텔에서 대구 관광객 1천만 돌파를 위한 조찬포럼을 열었다. 전현직 대통령과 경제계 종교계 거인들을 활용한 대구의 신화 만들기에 적극 나서야 대구 관광객 1천만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 역사적인 평가는 역사가들에게 맡겨 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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