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력단절여성들에게 희망을] <하>기업들 환경은 '여성친화'

기계·기술 막연한 두려움 떨친다면 '취업 블루오션' 여는 셈

고용전문가들은 지역에 여성친화기업이 많은 만큼 경력단절여성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성친화기업 중 하나인 티큐아이시(T.Q.I.C)에서 여성직원이 원단을 검사하고 있다.
고용전문가들은 지역에 여성친화기업이 많은 만큼 경력단절여성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성친화기업 중 하나인 티큐아이시(T.Q.I.C)에서 여성직원이 원단을 검사하고 있다.

경력단절여성은 집을 떠나 제조현장에 가기를 두려워한다. 공장이라는 낯선 곳과 '기술'이라는 것에 대해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 지역 중소 제조업체 가운데 여성이 일하기에 좋은 '여성친화기업'은 생각 이상으로 많다. 이런 업체들은 깨끗한 작업환경과 간단하면서도 안전한 작업, 여성들 간의 친밀함 등이 장점이다.

◆구직활동 '소극적'

경력단절여성은 구직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다. 구직경로가 마땅하지 않고 회사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다. 여성가족부의 '경력단절여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2013년) 자료에 따르면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한 여성들 중 적극적 구직활동을 한 비율은 32.8%에 불과했다. 게다가 경력단절여성의 구직경로는 '가족, 친지, 친구, 지인' 등 비공식적 인맥이 58.3%에 달했다. 반면 공공 취업서비스기관(새일센터'고용센터 및 취업정보센터)은 4.2%로 이용 비율이 매우 낮았다.

한 관계자는 "재취업한 경력단절여성 중 경력단절 이후 첫 일자리를 얻기 위해 취업지원기관에 등록한 비율은 24.3%이고 이 비율은 30~34세가 가장 높았다"며 "또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취업지원기관 이용을 많이 하고 있어서 40대 중후반의 여성들은 적극적인 구직활동에 대한 방법을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경력단절여성의 구직활동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구달서여성인력개발센터 정미희 관장은 "센터를 찾아오는 경력단절여성의 대부분은 막연한 생각으로 사무직 및 서비스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대구지역은 중소 제조업체가 많아서 생산 현장 인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점에서 일자리 불균형(미스매치)이 발생하고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기술교육을 통한 취업을 권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여성부의 조사에서 경력단절 이후 첫 일자리를 얻기 위해 직업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는 8.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교육훈련을 받지 않은 이유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 안 해서'가 42.5%로 가장 많았고 '정보 부족'도 22.8%로 많았다.

한 전문가는 "직업교육훈련이 취업에 도움이 됐다는 이들은 10명 중 8명 정도로 조사됐다"며 "그만큼 사전 교육을 받으면 괜찮은 직장을 구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진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한 경력단절여성은 "공장이라는 것에 대해서 여성들은 기계와 도구를 다뤄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가지기 쉽다"며 "또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라도 요리나 서비스 등 자신이 할 줄 아는 분야를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여성친화기업 주변에 많아

한국폴리텍VI대학 이원화 교수는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제조현장 가운데는 간단한 작업으로도 가능한 곳이 많다"며 "조립과 검사 등은 여성의 섬세함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선행교육과 실습을 통해 자신감을 얻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대구 달서구 지텍산업. 도시가스 계량기를 생산하는 이곳의 현장은 조용했다. 간혹 에어건을 쏘는 소리가 소음의 전부였다. 계량기 조립 라인에 각자 자리한 여성들은 옆 작업이 끝난 뒤 넘어오는 부품을 하나하나 단계별로 조립해 나갔다. 게다가 도구를 크게 사용할 필요 없이 부품을 맞춰놓고 버튼을 누르면 위에서 자동으로 기계가 내려와 볼트를 조였다. 한 직원은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며 "현장이 깨끗하고 출퇴근 시간 확실하고, 쉬는 시간이 보장되니 별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지텍산업은 여성부와 고용노동부, 대구시 등이 지정하는 '여성친화기업'이다. 회사의 생산 현장에는 관리자와 실습자를 제외한 약 50명이 모두 여성이다. 대부분이 40대 초'중반으로 경력단절여성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 최문규 공장장은 "한자리에서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해내는 일은 주부들이 더 잘한다"며 "이곳에 취직한 경력단절여성은 대부분 현장에 만족하며 오랫동안 근무한다"고 말했다.

섬유 검사 전문 기업인 티큐아이시(T.Q.I.C) 역시 여성친화기업으로 경력단절여성 고용에 적극적이다. 특히 김현옥 대표가 직접 교육에 나서고 있다. 이곳의 생산현장은 소음 대신 라디오 소리와 즐거운 음악이 줄곧 흘러나온다. 여성들은 자신의 기계에서 원단을 검사만 하면 되기 때문에 주변에 대해서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지텍산업과 티큐아이시 같은 '여성친화기업'은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여성친화기업은 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함께 협약을 맺고 여성의 취업과 인턴 등을 지원한다. 여성부에 따르면 대구 지역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남부새일센터, 대구새일센터, 대구달서새일센터, 수성새일센터 등 총 4곳이 있으며 대구달서새일센터가 지난해 여성친화협약을 맺은 기업만 51곳에 이를 정도다. 그만큼 여성에게 딱 맞는 '공장'이 지역에 많이 있다는 것.

영남대 전두환 교수는 "여성에게 맞춰진 일자리는 발굴하면 할수록 많아진다"며 "기업들도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거나 연구개발 측면에서 경력단절여성을 채용하는 등의 고민을 계속해서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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