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곳곳에는 다양한 문화유산과 전통이 살아 숨 쉰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 꼽히는 안동을 비롯해 1천600년 전 대가야의 숨결이 남아있는 고령, 문향(文鄕)의 고장 영양, 옛 낭만이 살아있는 군위 등 다채로운 색깔의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넘친다.
◆문전성시, 탄탄대로 문경
문경이 자랑하는 역사'문화적 명소는 단연 문경새재다. 국가명승지 31호인 문경새재에는 한 해 평균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린다. 지난 2013년에는 네티즌이 뽑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문경새재는 무허가 노점을 철거하고 진입로 주변 식당을 정비하면서 조용히 걷기 좋은 장소로 단장했다.
전통을 지키고 이어가는 무형문화재도 6명으로 경북에서 가장 많다. 전통 도자기의 본향으로 전국의 차 애호가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대야산과 희양산, 주흘산, 황장산 등 전국 100대 명산에 포함된 명소들과 봉암사, 대승사, 김용사 등 천년고찰도 즐비하다. 빼어난 청정 자연 속에서 즐길 거리도 많다. 철로자전거와 관광사격장 등이 인기를 끌면서 문경관광호텔을 비롯한 주요 숙박시설은 연중 빈방이 없을 정도다. 현재도 콘도업체인 일성레저㈜가 문경새재 일대 5만5천㎡에 930억원을 투입해 물놀이 시설, 연회장, 회의실 등의 시설을 갖춘 230실 규모의 콘도미니엄을 짓고 있다.
국제규격 경기장을 20곳 이상 갖춘 국군체육부대는 시설을 개방해 전지훈련은 물론, 스포츠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대가야의 숨결을 느낀다, 고령
고령에서는 1천600년 전 번성하던 대가야의 흔적을 고스란히 둘러볼 수 있다. 고령은 신라, 백제, 고구려와 함께 4국 시대를 열었던 대가야의 도읍지다.
대가야박물관은 전국에서 유일한 대가야사 박물관이고, 대가야왕릉전시관은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순장묘인 지산동 44호분을 발굴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했다.
왕릉전시관 뒤편 등산로를 오르면 700여 기의 크고 작은 고분이 솟아있는 지산동 대가야고분군을 만난다. 대가야박물관과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월 가볼 만한 곳'에 선정됐다. 인근에 있는 우륵박물관에서는 가야금의 창시자 우륵과 가야금의 역사, 제작과정 등을 보고, 체험할 수 있다. 고령군은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올해의 관광도시'로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고령군은 대가야를 주축으로 하는 관광 고령을 만들기 위해 한국관광공사와 문화관광 활성화 및 상호 우호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중화권과 일본, 동남아 관광객 유치를 위해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활동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권오광 고령군 관광진흥과장은 "고령은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유적이 곳곳에 있어 야외박물관이나 다름없다"면서 "가족들의 대가야 역사 기행 장소로 적극 추천한다"고 했다.
◆묵향 가득한 세계 역사 도시, 안동
안동은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없는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다. 안동은 전통문화와 유교, 불교의 진수를 모두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관광 도시다. 특히 유네스코의 3개 카테고리인 '세계유산'과 '세계기록유산' '인류무형유산'을 모두 보유한 세계 유일의 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하회마을을 비롯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곳이 안동에만 3곳이나 된다.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등 전국 9개 서원은 선비들의 교육적 이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 중이다.
안동의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봉정사도 부석사(영주)와 법주사(보은), 마곡사(공주), 통도사(양산) 등과 함께 '한국의 전통 산사'로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
세계기록유산에는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유교책판이 이름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001년부터 목판 수집 운동을 벌여 각 문중으로부터 영남지방에서 공부한 유학자들의 저술을 펴낸 책판 6만4천226장을 위탁받았다.
오는 5월이면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안동을 대표하는 무형유산인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추진 중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이 밖에도 안동문화관광단지와 안동댐 보조호수 등 안동지역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대표적 문화관광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했다.
◆문학과 생태의 고장, 영양
영양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숱한 문인들의 발자취가 전해지는 곳이다. 시인 오일도와 조지훈의 생가가 있고, 현대문학의 거장 이문열 작가의 집필실이 있다.
석보면 두들마을은 이문열 작가의 자취가 남아있다. 또 우리나라 최고의 한글 요리서인 '음식디미방'도 두들마을에 뿌리를 둔다. 이곳에는 '여중군자'(女中君子)'로 불렸던 장계향(1598~1680) 선생의 삶을 재조명하는 사업이 한창이다. 2017년까지 268억원이 투입되는 등 전시관람시설인 체험관과 문화체험관을 갖추고 전통음식 아카데미가 운영된다.
문인들의 흔적은 '외씨버선길'로 이어진다. 5구간의 외씨버선길 가운데 '장계향 디미방길'은 석보 만지송(萬枝松)과 두들마을을 살피고, '오일도 시인의 길'은 입암면 선바위관광지와 오일도 생가 등을 거친다. '조지훈문학길'은 주실 마을과 지훈 문학관을 살필 수 있고, '치유의 길'은 일월산 품에 안긴 대티골과 일자봉, 월자봉 등을 품을 수 있다.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수비면 수하리는 전국 최고의 생태환경이 보존된 곳이다. "영양의 밤하늘은 오늘 9월 국제밤하늘보호협회의 밤하늘보호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추억과 낭만의 고장, 군위
군위에서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은 산성면 화본리다. 이곳에는 1930년대 간이역의 모습을 간직한 화본역이 있다. 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 등 상'하행선이 모두 6회 정차한다. 객차를 개조한 카페에서는 차를 마시며 오붓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선로 옆에는 이끼가 끼고 담쟁이덩굴에 둘러싸인 급수탑이 서 있다. 증기기관차 시절, 물을 보급하던 탑이다. 급수탑까지 가는 산책로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갖가지 꽃들이 만발한다.
화본역 인근 옛 산성중학교에 마련된 박물관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는 추억과 낭만을 보관하고 있다. 교실 문턱을 넘는 순간 50년 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공중전화가 있는 동네 어귀의 구멍가게를 비롯해 라디오와 TV 등을 수리하는 전파상, 만화방, 이발소, 연탄가게 등이 골목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골목 모퉁이의 한 연탄가게에는 연탄에 집게가 그대로 꽂혀 있고, 모퉁이를 지나면 아이 인형이 엉덩이를 드러낸 공동화장실이 나온다.
군위 이희대 기자 hdlee@msnet.co.kr 안동 영양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고령 전병용 기자 yong126@msnet.co.kr 문경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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