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은 기원전 6세기 아테네의 솔론을 가장 현명한 정치가로 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솔론은 당시 아르콘(archon'최고 통치자)의 직책으로 아테네의 어려운 경제 상황과 사회 불안을 해결해야 하는 위치였다. 아테네 귀족들은 정치를 독점하고 가장 좋은 땅을 소유했다. 하지만 빚 때문에 농노로 전락한 가난한 농민들은 폭동의 기세였다.
솔론은 중용의 입장에서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귀족계급이었지만 그는 착취하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의 입장을 두둔하지도 않았다. 그의 관심사는 정의와 공정한 거래, 안정된 법의 확립이었다. 아테네인들은 정직한 솔론을 모두 신뢰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법을 개정해달라는 탄원이 쏟아지자 솔론은 10년간 유랑했는데 그의 재가가 없으면 어느 법률도 바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솔론에 대비되는 인물이 18세기 영국 총리 리처드 그렌빌이다. 당시 영국은 프랑스, 러시아와의 7년 전쟁을 치르면서 발행한 1억3천만파운드의 국채 때문에 재정난이 심각했다. 영국 의회는 북미 식민지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충당하려 했는데 일련의 법을 만드는 무리수를 뒀다. 1764년 설탕법을 비롯해 인지세법'타운젠드법'병영법 등 소위 '참을 수 없는 법'(Intolerable Acts)이라 불린 법들이다.
일방적인 증세의 결과는 엄청났다. 식민지인들은 자치권 침해라며 강경하게 맞섰다. 1773년 '보스턴 차 사건'이 터지고 미국 독립전쟁을 촉발하면서 영국은 결국 식민지를 잃었다.
최근 여야가 앞다퉈 '저가 담배'를 거론하고 나섰다. '기초연금 20만원 주고 담뱃값 올려 다 빼앗아 간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연말정산 파문과 건강보험료 혼선까지 겹쳐 민심이 들끓자 노인'저소득층 부담을 덜겠다며 저가 담배, 봉초 담배 세감면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국민 건강 증진을 이유로 담뱃값을 올린 지 두 달이 채 안 된다. 담배 가격 인상은 결국 꼼수 증세임을 여야가 자인한 꼴이다.
세수 확보에 급급해 명분마저 내팽개친 정치권이 그렌빌의 전철을 밟은 것이다. 차라리 적당히 담뱃값 올려 세금을 늘렸다면 욕이라도 덜 먹지…. 솔론이 3인칭 시점으로 쓴 생활기록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는 하루하루 늙어갔지만, 나날이 새로운 것을 배웠다.' 요즘 우리 국민이 그런 상황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꼼수 잔치에 국민은 나날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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