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으로 도입한 민자사업이 독약으로
추진 방식·대상 사업 확대해서 운영하면
새로운 차원에서 경제 활성화 기여 가능
공공·민간 조화로운 위험분산 형태 필요
요즘 민자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말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민자사업 행정은 낙제 수준이고 민자사업은 공공의 재정을 갉아먹는 하마가 되었다.
민자사업은 부족한 공공재정을 대신해 민간의 자본으로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고 투자한 자본을 회수할 수 있도록 민간에 운영권을 주는 방식이다.
민자사업도 재정 운영의 한 방법이다. 그 성과는 효과성과 효율성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효과성은 건설된 시설이 목적에 활용되는 정도이고 효율성은 재정사업에 비해 들어가는 비용 크기의 정도다. 지금까지 추진된 민자사업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으나 효율성 측면에서는 실패한 행정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다.
필자는 대구시 감사관 재직 시 민간사업자인 매쿼리와 사투를 벌여 범안로의 민자사업 구조를 개선하였고 그 결과 2천억원가량 재정을 절감했다. 대구시를 따라 한 서울메트로 9호선은 약 3조5천억원, 거가대교는 약 5조원을 절약했다. 광주순환도로를 구조 개선할 경우 5천억원의 재정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도 성공적인 구조 개선 사례가 상당수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법인세 비용을 잘못 인정해준 것과 민간사업자의 이익률이 왜곡 적용된 것 때문이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민자사업 추진 과정에서 공공이 무방비 상태로 대응한 결과다. 더 큰 문제는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보약으로 도입한 민자사업을 추진 과정에서 독약으로 만들어 버렸다. 다시 보약으로 만들어야 한다. 과거의 민자사업이 총체적 부실이었음에도 민자사업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현재의 민자사업은 부족한 공공재원을 대신해서 민간자본이 참여한다는 한정된 의미로만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사업 추진 방식과 대상 사업을 더욱 확대해서 잘 운영할 경우 민자사업은 새로운 차원에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앞으로 민자사업은 공공의 행정력'인허가권과 민간의 자본'경영 능력이 결합되면서 공공과 민간이 조화로운 위험 분산 형태를 가지는 모델로 발전하여야 한다. 사업 대상은 도로 등의 사회기반시설에 한정될 것이 아니라 관광 인프라, 갓바위 케이블카, 문화시설 등 여러 방면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창의적인 사업 추진 방식도 개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자사업의 대상'사업 방식'절차에 대한 규제로 작용하고 있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 큰 방향만 제시하는 수준으로 대폭 수정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자사업을 관리하는 공공의 전문성이 민간과 대등할 정도로 획기적으로 높아져야 한다.
민자사업과 관련된 최근의 이슈를 보자. 시민회관 리모델링 사업은 소요 예산 550억원을 연간 25억원의 공연장 부수시설 임대 수입으로 조달하겠다는 자산관리공사의 제안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임대 수입이 계획에 턱없이 부족해 여론과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문제점과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진단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
시민회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구 출신의 건축가 김인호 선생이 설계한 대구의 상징적 건축물이었다. 결국 대구시는 민자사업의 한 방법인 '공유재산 위탁개발' 방식으로 결정하였다. 그 결과 시민회관은 세계적인 수준의 음향시설을 자랑하는 대구의 자랑거리가 되었고 최근에는 클래식을 즐기는 시민도 늘어나고 있다. 재정사업으로 추진하였을 경우와 비교하여 비용이 특별히 더 들어갔다고 보기도 어렵다. 시민회관 리모델링 사업은 재정사업으로라도 추진되었어야 할 사업이었고 재정 사용에 대한 효과성과 효율성에 대한 문제는 없다고 본다. 단, 임대 수입으로 소요 예산을 조달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한 아마추어적 행정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민자사업과 관련한 또 하나의 이슈가 '범안로 무료화'다. 필자는 '범안로 무료화'를 반대한다. 범안로를 무료화하려면 대구시는 약 1천800억원의 재원을 조달하여야 한다. 수익형 민자사업도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필요한 재원 조달의 한 방법이다. 부족한 대구시 재정 사정을 고려할 때 수익자 부담 원칙이 잘 적용되고 있는 현재의 재원 조달 방식과 비교해서 더 좋은 재원 조달 방법은 분명히 없다.
강병규/세명회계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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