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의 마지막을 장식한 '요한계시록'은 세상의 종말을 이야기한다. 화려한 환상과 비유로 가득한 요한계시록의 묘사에는 문학 등 예술계의 관심도 지대하다. 종말을 다룬 책이나 영화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요한계시록과 관련이 있다고 할 정도이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간의 이성과 광기를 그린 전쟁영화 '지옥의 묵시록'도 제목부터가 그 범주에 속함을 시사한다.
계시록은 묵시록이라고도 하는데, '계시'를 뜻하는 그리스어 아포칼립시스(Apokalypsis)에서 나온 말이다. 그 영자 표기가 아포칼립스(Apocalypse)로 묵시, 계시, 대참사, 인류 종말의 날 등을 뜻한다. 인류 문명의 붕괴를 그린 영화를 '아포칼립스 필름'이라고 하는 것도 여기서 나왔다. 또한 종말 이후 인류의 삶과 운명을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라고 한다.
종말의 원인도 다양하다. 핵전쟁과 제3차 세계대전,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 전염병이나 돌연변이의 창궐, 경제 파탄과 자원 고갈, 기계의 오작동이나 반란 또는 사이버 테러, 그리고 외계인의 침공이나 심각한 환경오염 등 문학이나 영화 등의 소재로만 치부할 수 없는 사안들이다.
최근에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대재앙을 뜻하는 '에어포칼립스'(Airpocalypse)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공기(Air)와 종말(Apocalypse)의 합성어로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의 심각한 대기오염을 보고 이른 말이다. 대기오염을 두고 종말론까지 들먹이는 것은 너무 과장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20세기 들어 일어난 역사적인 사고들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930년 12월 대규모 공업지대가 있던 벨기에 뮤즈 계곡에서 발생한 강한 안개로 6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1952년 겨울 영국 런던에서는 석탄을 때는 각 가정에서 스며 나온 유해가스로 인해 1만2천여 명의 시민이 사망하는 최악의 대기오염 사고가 일어났다. 1984년에 발생한 인도 보팔 대참사도 화학공장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되면서 2천8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쯤이면 최근 중국의 도시에서 빈발하는 대기오염도 예삿일이 아닌 듯하다. 중국의 입장에서야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 성장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손 치더라도, 그 여파가 한반도까지 위협하고 있으니 결코 강 건너 불구경거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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