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특혜 논란 새 야구장…대구시 이것만은 지켜라

①구장명에 '대구' 꼭, ②시설 임대 지역업체, ③프리미엄석 소외층 앉혀라

대구 새 야구장의 운영권을 둘러싼 특혜 논란에서 운영수익의 적정성 못지않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수탁자인 삼성의 지역사회 공헌도이다. 건설비의 30%만 부담하면서도 돈이 될 만한 권리는 모두 가져간 삼성이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면 거센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우선, 새 야구장의 명칭에 연고지인 '대구'가 포함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명칭 사용권은 대구시가 2013년 2월 삼성전자와 맺은 사용 및 수익허가 계약 제4조에서 삼성의 수익 권리로 포함됐다. 준공일로부터 25년간 삼성 마음대로 야구장의 이름을 짓거나 변경할 수 있다.

삼성이 메이저리그 구단들처럼 거액을 받고 다른 기업에 명칭 사용권을 넘겨줄 가능성은 없다. 연간 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면서 야구단을 운영하는 만큼 기업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대표적 브랜드인 '갤럭시'가 채택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하지만 삼성 측은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으며, 그룹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야구장의 소유주이면서도 계약 협상에서 주도권을 스스로 넘겨준 대구시는 야구장 명칭만큼은 '대구'가 빠져서는 곤란하다는 태도이다. 이도현 대구시 체육진흥과장은 "명칭 사용권을 가진 삼성과 논의해야 할 사안이지만 도시의 정체성을 살려야 할 것"이라며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협의에서 적극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명칭 확정까지의 여론 수렴 과정도 중요하다. 프로야구의 존립 기반은 당연히 연고지 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주시는 야구장 명칭 사용권자인 기아차가 SNS 공모를 통해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로 잠정 결정하자 시민 의견이 배제됐다는 비난이 들끓으면서 동의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를 뒤늦게 하기도 했다.

삼성이 행사할 야구장 광고권과 매장 내 상업시설 임대권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삼성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지역 업체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광고권은 이미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구장 내 상업시설 임대와 광고대행업체 선정 입찰에서 반드시 지역 제한을 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야구장 건설에 혈세를 보탠 대구시민들은 구경만 하고 운영 수익금은 역외로 유출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명칭 사용권과 함께 삼성의 양해가 필요하지만 대구시가 양보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대구시가 챙긴 몇 안 되는 권리 중 하나인 야구장 내 프리미엄 좌석인 '스위트룸' 이용에 대해서도 지역사회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대구시는 30개의 스위트룸 가운데 2개를 행사 및 관리 운영 등의 용도로 무상 사용할 수 있다. 국내 다른 구장의 경우 15~30명이 음식을 즐기며 관람할 수 있는 이 공간 이용권이 연간 2천500만원 수준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대구시가 공무원들만 누리는 '특혜'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라며 "문화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들을 위해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계약의 변경, 관리'운영과 유지'보수에 관련한 사항들을 협의할 '야구장운영위원회'의 구성도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계약서 제9조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계약 당사자 및 시의회, 야구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개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위원회가 대구시나 삼성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만 채워진다면 논란을 부를 소지가 다분하다. 대구시 측은 이에 대해 "운영위원회 인선을 올 하반기쯤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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