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건강수명

주말에 트윈폴리오를 다룬 영화'쎄시봉'을 봤다. 영화 '국제시장'은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중장년층에게 부모님 세대의 아픔을 돌아볼 수 있게 한 영화인 데 비해 '쎄시봉'은 우리 세대의 젊은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향수를 느끼게 한 영화였다. 힘들고 궁핍한 시절이었어도 돌아갈 수 없는 날들은 그립고 아쉽기 마련이다.

어떤 분은 1960, 70년대가 우리에게 좋은 추억으로 다가오는 이유에 대해 그 당시는 모두 힘들어도 희망과 꿈이 넘쳤지만, 지금은 경제적, 문화적으로 풍요로워도 너무나 각박해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 복고 열풍이 불고 있는 것 같다. 1945년 해방 후 한국전쟁과 재건, 산업화, 민주화 등 뒤돌아 볼 틈도 없이 앞으로만 달리며 선진국 문턱까지 압축 성장을 한 대한민국의 주역들이 어느덧 인생의 후반기와 황혼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보다는 국가와 가족을 위해 한평생 희생과 열정을 바친 세대로 이제는 자신을 위한 여유로운 삶이 필요하다.

어느 신문의 '웰에이징'(Well-Aging)이라는 섹션에서'100세 시대 행복하게 사는 법'이란 기사를 읽었다. 우리는 개인이 사람답게 사는 '웰빙'(Well-Being)과 '웰에이징', 그리고 사람답게 죽는 '웰다잉'(Well-Dying)을 거치는 시대를 맞고 있다. 한때 '안티에이징'(Anti-Aging)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안티에이징이 인위적으로 자연의 노화를 거스르는 육체의 노화방지라면 웰에이징은 노화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걸맞게 건강을 유지하며 장수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과 다양한 건강법의 등장으로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길어지는 수명만큼'건강하게 그리고 나이에 걸맞은 멋진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실버층의 욕구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이다.

평균수명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 지난해 OECD는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이 81.3세로 최근 5년간 1.9년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기대수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수명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대수명(81.3세)과 건강수명(70.7세)의 차이가 약 10년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평생 살면서 평균 10년간 질병을 앓고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과 암이 주된 원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생활습관과 질병예방 및 관리에 대한 개인과 사회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을 필수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시대다.

100세 시대를 맞이해 인생의 후반기가 매우 길고 중요해졌다. 나이 들어서도 건강한 삶이 되려면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웰에이징 즉 건강수명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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