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담뱃값, 공공요금, 전'월세가격, 대출 원리금 때문에 허리가 휩니다. 정말이지 월급 말고는 다 올랐습니다." 서민들이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살림이 팍팍해서 시장에 가도 마음 편히 장을 볼 수 없다는 하소연도 이어진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무려 894억달러에 이른다. 경제성장률도 3.3%를 기록했다.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무려 25조원이 넘는다. 그런데 싸늘히 식어버린 체감경기는 도무지 되살아날 줄 모른다.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 금고 속에서 '쿨쿨'
내수 진작을 위해선 소비가 살아나야 한다. 그런데 가계의 지갑이 얇아져 충분한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4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소비성향은 72.9%로 전년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평균 소비성향은 전체 소득에서 세금 등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금액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실소득) 중 소비지출의 비중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도 가계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4.8%보다 29%p나 높다. 미국(115.1%), 일본(128.8%), 프랑스(104.5%), 독일(93.2%)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빚 갚느라 쓸 돈이 없는 실정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외국에서 벌어온 돈이 내수시장에서 돌지 않고 기업 금고에 잠자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국내 10대 그룹 소속 83개 상장사(금융사 제외)의 사내유보금은 537조8천억원에 이른다. 기업들이 수익을 가계와 나누지 않고 있다. 2000년대(2001~2012년) 연평균 가계 소득 증가율은 5.7%로 기업의 소득 증가율(9.8%)을 크게 밑돌았다. 소비주체인 가계가 경제 성장의 열매를 맛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경제부총리, 기업에 임금 인상 요구
내수가 활기를 띠어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판단 아래 정부는 경기 부양 정책들을 펴왔다. 그동안 집중한 것은 시중에 돈을 푸는 재정'통화 정책이었다. 실제 통화량도 늘었다.
하지만 시중에 풀린 돈이 가계로 흘러들어 가지 않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극약 처방을 내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에서 기업 측에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최 부총리는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면서 "국민들이 경기회복을 체감할 때까지는 확장적 경제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고 적정한 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임금 인상 외에는 가계의 실질소득을 높여 소비를 진작시킬 방안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의 부를 가계로 옮기기 위해 기업유보금에 대한 과세 의지를 밝히고 배당 확대 등을 요구했지만 기업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30대 월평균 소득 증가율, 사상 최저
올 들어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제기되자 정부가 적극 나섰다. 최저 임금을 대폭 인상해 저소득층의 가계 소득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노동계가 요구하는 비정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은 노동 유연성을 저해한다는 재계의 반대에 부딪혔다. 경제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문제가 해소되면 고용 안정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청년실업 문제도 서둘러 해법을 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취업난과 비정규직에 시달린 20대와 30대의 가계소득이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0대와 30대 가구주 가계의 소득 증가율이 0%대로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조사 결과,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2인 이상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433만9천612원으로 전년보다 0.7% 늘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같은 기간 50대는 7%대, 60대 이상은 4%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계소득을 높이는 과정에서 세대별'소득계층별 격차 해소안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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