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성회비 돌려받기 '희망사항' 그칠 듯

기성회계 폐지 법률 개정, 돈 돌려줄 주체도 사라져…대학측은 파산 신청 준비

기성회비 반환소송을 낸 국립대학생들이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승소해도 돈을 못 돌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국립대 회계법)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법 통과와 함께 52년 만에 기성회비가 사라지면서 돈을 돌려줄 주체까지 함께 사라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경북대와 대구교육대 재학생 및 졸업생의 기성회비 반환소송액은 78억여원으로 전국 최대 규모다. 경북대 학생들은 2010년 11월 기성회비 반환청구 운동본부를 결성해 전국 최초의 기성회비 반환소송을 주도했다. 지금까지 3천200여 명이 모두 16건의 소송(58억원)을 진행 중이다. 대구교육대 역시 교육대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2012년부터 지금까지 1천여 명이 5건의 집단 소송(20억원)에 참여했다. 경북대 학생이 주도한 2010년 첫 소송의 경우 2013년 열린 2심에서도 승소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대학은 1963년 옛 문교부 훈령을 근거로 기성회비를 징수해 왔지만, 법원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경북대, 대구교대 관계자는 "애초 지난달쯤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립대 회계법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이달로 밀렸다"며 "대법원 판결에서도 학생들의 승리가 유력하다"고 했다.

문제는 대법원이 학생들의 손을 들어준다 하더라도 기성회비를 돌려받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3일 국회를 통과한 국립대 회계법의 골자는 기성회계(기성회비) 운영을 중단하고, 대학회계를 신설하는 것이다. 대학회계 재원은 기성회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업료로 통합 징수해 마련한다. 결국 '불법 기성회비'가 '합법 수업료'로 이름만 바뀌는 셈이다.

앞서 전국 국립대는 법 통과를 염두에 두고, 올해부터 기성회비를 걷지 않았다. 국립대별 집행 가능한 기성회계 잔액은 고작 수억원에 불과하다. 경북대, 대구교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서 기성회비를 돌려주라고 결론난다면 전국 국립대가 일제히 기성회 파산 신청에 들어갈 것"이라며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 얼마 안 되는 기성회계 잔액에서 소액을 돌려줄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대학생 및 시민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21C한국대학생연합 등은 "국가와 대학은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전환하도록 한 국립대 회계법을 통해 기성회비를 불법징수해온 데 대한 배상책임에서만 자유로워졌다"고 비판했다.

이상준 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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