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리는 도시철 3호선 달라지는 시민교통] <3>안전이 먼저다

사고 땐 탈출 미끄럼틀 팔 벌리고 5초면 지상

지난달 26일 대구 북구 동호동 도시철도 3호선 차량기지에서 도시철도공사 직원들이 전동차에서 펼쳐진 스파이럴 슈트를 타고 내려오는 체험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지난달 26일 대구 북구 동호동 도시철도 3호선 차량기지에서 도시철도공사 직원들이 전동차에서 펼쳐진 스파이럴 슈트를 타고 내려오는 체험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지상으로 나온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가장 큰 화두는 '안전'이다. 화재 등 재난상황에서 안전 조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지상 10m 이상의 모노레일에서 대피할 경로는 확보됐는지 등 여러 안전문제가 지적됐다.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는 3호선을 건설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보완했고, 개통 후 운영을 맡을 대구도시철도공사도 안전운행을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동차에서 직접 탈출해보니

지난달 26일 오후 1시 30분쯤 대구 북구 동호동 칠곡차량기지. 기자는 3호선 전동차에서 대피 상황을 가정해 탈출 실험을 했다. 지상에서 약 8m 높이의 모노레일 위에 전동차가 멈췄고, 모든 전원이 차단됐다. 안전요원은 운전대 좌석 뒤의 보관함에서 스파이럴 슈트(이하 슈트)를 끄집어냈다. 철제 틀과 천 등 슈트의 무게는 115㎏이나 됐지만 아래에 바퀴가 있어 문까지 옮기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안전요원은 슈트를 문 입구에 설치한 뒤 머리 위 높이의 레버를 조작해 전동차 문을 수동으로 열었다. 곧바로 탈출 통로 역할을 할 천을 조금씩 아래 바닥으로 늘어뜨렸다. 슈트 하나를 탈출 가능한 상태까지 설치하는 데 3분이면 충분했다.

아래로 늘어뜨린 슈트 안으로 하체를 앞세워 집어넣었다. 슈트의 입구는 가로세로 각 50㎝로 넉넉했다. 걸터앉은 엉덩이를 떼면서 천 안쪽으로 몸을 던졌다. 순간 몸이 아래로 쑥 꺼졌다. 30~50㎝가량 내려간 뒤 종아리부터 허리까지 천이 조이면서 멈췄다. 그 상태에서 다리와 팔을 움츠렸다 폈다 하면서 조금씩 아래로 향했다. 나선형의 천을 따라 가파른 미끄럼틀을 타듯 내려갔다. 속도가 빨라지면 팔과 다리를 펼쳐 속도를 줄였다. 바닥에 발이 닿았고, 탈출 시간은 5초 남짓이었다.

항공기에서 주로 쓰이는 스파이럴 슈트가 3호선에는 1편성(3량)에 4개씩 설치돼 있다. 가장 높은 교각 높이가 21m인 것을 고려해 슈트의 최대 길이는 23m로 돼 있다. 슈트는 난연성 폴리에스테르 재질로 돼 있어 불에도 안전하다.

이 외에도 전동차 앞뒤에 있는 비상문이 탈출을 돕는다. 승객들은 비상문을 열고 앞뒤에 연결된 다른 전동차로 옮겨 타게 된다. 이 비상문 바닥의 발판을 펴면 대피 통로가 된다. 안전발판의 길이는 35㎝, 높이는 91㎝다.

◆화재와 폭설로부터 안전

전동차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 우선 연기감지기(1편성에 12개)가 차 내의 연기를 측정한다. 오작동을 막기 위해 연기감지기 2개가 동시에 작동해야 화재를 인식하도록 했다. 화재라고 판단되면 곧바로 자동소화설비인 워터미스트(물을 안개처럼 뿌리는 장치, 1편성에 21개)가 작동해 불을 끄게 된다. 이를 위해 전동차 지붕에 50ℓ 물탱크(2개)와 압축공기탱크(1개)가 장착돼 있다. 압축공기가 밀어낸 물이 3~4분 동안 전동차 내에 뿌려진다.

워터미스트와 함께 배기팬(1편성에 18개)도 작동해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를 전동차 밖으로 빼낸다. 이 배기설비는 정전 상황에서도 30분 동안 작동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소화기도 1편성에 6개가 준비돼 있다.

지하철인 1, 2호선과 달리 3호선은 겨울철 눈에도 운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준비해 놓았다. 3호선은 전동차가 다니는 모노레일 일부만 눈이 쌓인다. 이는 U자형 슬라브 구조물에 눈이 쌓여 주행로까지 결빙되는 문제가 발생한 다른 도시의 경전철보다 눈의 영향을 덜 받는 구조다. 또 3호선은 전동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집전장치도 차량 아래 가운데에 있고, 외부 변전소에서 전동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선도 궤도 빔 홈 안에 설치돼 있어 눈과 접촉해 장애를 발생시킬 염려가 적다.

눈과 결빙에 대비한 장치도 마련돼 있다. 전동차 앞뒤에 브러시(솔)를 달아 모노레일 위에 쌓인 눈을 치우면서 운행한다. 이 제설 브러시는 모두 50개로, 전체 28편성 중 25편성에 장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모래살포기와 눈을 녹이는 융설제도 준비돼 있다.

안용모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장은 "다른 지역의 경전철이 개통 후 어떤 안전문제를 겪어왔는지 분석했고, 이를 통해 폭설과 화재 등 여러 상황 속에서 3호선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시설과 장비를 보완했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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