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대명동 앞산 카페 거리에 있는 수녀원 예수성심시녀회. 이곳은 현판을 보지 않으면 공원으로 착각하기 쉽다.
수녀원이라면 으레 떠오를만한 높은 담장과 철문 대신 조경석과 작은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이 수녀원은 22년간 있던 담장을 허물고 1년간의 공사를 거쳐 지난달 담장이 있던 곳을 조경 공간으로 바꾸었다.
담장을 허무는 과정에서 수녀원은 상당한 고민을 했다.
수도 공간이고 수녀들만 거주하는 공간의 특성상 속세(?)와 단절을 뜻하고 보안상 필요한 담장을 철거하기가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장이 낡아 동네 분위기를 해친다는 민원이 많아 남구청과 수차례 협의 끝에 담장 허물기 공사를 시작했다.
남구청은 6억원의 사업비로 수녀회 담장이 있던 자리에 향나무, 소나무를 빽빽이 심었다. 또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주민들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수녀원 부지 일부에는 벤치도 둬 주민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예수성심시녀회 최순호(비안네) 수녀는 "수도자들이 야외에서 작업하는 모습이 조금 보일 수 있어 수도 생활에 다소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이웃에게 봉사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고 했다.
이곳과 가까운 곳에 있는 가르멜 수녀원 담장도 최근 새롭게 단장했다. 칙칙한 시멘트벽에 나뭇잎과, 새 그림이 그려진 것. 새로운 담장이 들어선 이후 어두웠던 동네 분위기도 싹 바뀌었다.
가르멜 수녀원은 '봉쇄수도원'이라는 특성상 담장을 허물 수 없어 벽화를 그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수도자들의 외출이 자유롭지 않아 남구청 직원들이 후보 벽화 도안을 직접 수녀원으로 가져가 의견을 묻기도 했다. 양, 포도 등 종교색이 들어간 도안 대신 종교색이 없는 새, 잎사귀가 들어간 벽화로 종교색도 없앴다.
김진걸 남구청 도시건설국장은 "주민들을 위한 수녀원의 배려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공사가 끝난 뒤 인근 주민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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