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자력 발전소, 갈림길에 서다]<⑩·끝> 원전, 국내 전문가들의 진단

"경제성에 밀린 안전" "전문기관 판단 존중"

김익중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이사(동국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 교수)
김익중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이사(동국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 교수)
조무현 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 주임교수
조무현 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 주임교수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정책은 진행 중이기에, 신규건설'계속운전'폐로 등 어떤 것이 맞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원전정책에 있어 안전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현실은 경제성으로 기우는 경우가 많다. 국내 원전의 향후 방향에 대해 원전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익중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이사(동국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 교수)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을 결정했다.

▶끝까지 반대를 했는데 아쉽다. 월성1호기는 워낙 옛날 설비라 현재 강화된 안전기준에 맞지 않다. 계속운전 결정은 안전보다 경제성에 너무 치우쳤다. 안전설비가 부족한 것을 뻔히 아는데 이를 보완하기 전에 계속운전을 허락해 주면 안 된다. 정부와 한수원이 안전을 너무 자만하는 게 아닌가 싶다. 원전은 사양해야 할 후진국형 사업이다.

-이번 결정이 다른 노후 원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국내는 계속운전을 먼저 염두에 두고 다른 이견이 없는지를 논의한다. 어차피 있는 설비를 한계까지 돌리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연장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의 예를 들어 보자. 당시 10기의 원전 중 30년이 넘는 4기에서만 사고가 났다. 노후 원전의 위험성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이 밖에 1979년 미국 쓰리마일 사고,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사고 등을 보면 기술 선진국에서도 원전의 안전은 100% 장담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러시아'프랑스'일본'영국에 이어 세계 6위의 원전 운영국이다. 언제든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서서히 원전 수를 줄여야 한다.

-결국 폐로가 필요하다는 뜻인가.

▶원전은 필수품이 아니다. 재생 가능 에너지 등 대체자원을 개발해 원전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실례로 유럽은 최근 25년간 50기의 원전을 줄였고, 미국 또한 30년간 신규 원전을 짓지 않고 있다. 선진국은 원전을 비싸고 위험한 에너지로 보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원전을 값싼 에너지원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는 원전 가동만 생각하고 주변 환경 복원과 폐로비용 등을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폐로를 위한 기술력이나 비용을 마련하는 데는 아직 무심하다. 결국 계속운전을 거듭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손을 쓸 것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동해안 원전 클러스터 정책, 어떻게 보는가.

▶한마디로 위험한 생각이다. 현재 주민들이 갖고 있는 경제활성화 기대는 실체가 없는 신기루에 가깝다. 환경오염으로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왜 생각 않나. 지자체도 눈앞 이익에 급급해 주민의 미래를 담보로 삼으면 안 된다. 원전 관련 사업 유치보다는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환경복구사업을 육성해야 한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조무현 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 주임교수

-월성1호기 계속운전, 어떻게 평가하는가.

▶계속운전을 논의할 때 자주 쓰이는 수명연장이란 단어를 바로잡아야 한다. 수명이란 마치 그 기기가 목숨을 다한 것 같은 느낌이다. 오히려 운전허용이 더 맞지 않을까. 원전의 한계운전기간은 그동안 조심히 쓰다가 더 운전하고 싶을 때 새로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안전에 확신이 있기 때문에 계속운전을 결정했을 것이라 믿는다. 계속운전을 결정할 때 키워드는 첫째 안전'기술적 판단, 둘째 경제성, 셋째 주민수용성이다. 첫째가 반드시 전제돼야 둘째를 논할 수 있다. 이후에는 모두가 만족할 수야 없겠지만 주민들이 원전을 신뢰할 수 있도록 꾸준한 소통과 투명한 정보 제공으로 주민수용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계속운전이 우리나라 원전 기본정책이 될까.

▶아니다. 별개로 봐야 한다. 하나하나의 원전을 별도 시설로 보고 매번 엄격한 안전 잣대를 대입해야 한다. 다만 월성1호기 계속운전으로 우리나라 안전 기술의 보완이 이뤄져 다른 노후 기기의 계속운전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예측은 해볼 수 있다. 만약 월성1호기에서 치명적 결함이 발견된다면 반대의 결과를 낼 것이다. 계속운전에 대한 안전심사는 경제논리나 정치의견이 아닌, 철저하고 엄격한 규제전문기관의 판단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관련 안전법령이 정한 최신 기준을 반영하고 그것을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 폐로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세계 기술력의 70~80% 수준으로 본다. 실습 등 현장경험이 부족해서다. 그러나 원자력연구소 등에서 꾸준히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기에 2020년이면 완성될 전망이다. 우리는 이미 훈련용 원자로 2기를 폐로한 경험이 있다. 한국원자력기술기업협회 등 국내 전문가들이 해외 폐로 현장에 가서 기술력을 쌓으려고 계획 중이다. 폐로는 가동중지가 결정 난 후 핵연료 제거, 제염(방사능 제거), 방사성 폐기물 처분 등 5~10년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 안에 충분히 시뮬레이션을 거쳐 기술을 축적할 수 있다.

-동해안 클러스터 시대, 준비과제는.

▶현재 원전은 분명 한시적인 사업이다. 지금 기술력을 기반으로 포스트 핵에너지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단순히 원전 주변 사업 유치에만 힘쓰지 말고 안전기술을 위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원전이 있는 지역에 상주하며 핵에너지 연구 및 원전 안전을 규명할 수 있는 전문 과학자 집단을 키운다면 경북이 포스트 핵에너지시대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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