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구두, 쓸쓸함 혹은 설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사람들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머리 모양이나 안경처럼 주로 얼굴과 연관된 스타일이나 소품들이 크게 작용을 하겠지만, 세심하게 보면 넥타이나 작은 핀 같은 것도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하는 사람에 대한 판단은 주로 3~5초 사이에 이루어진다고 하니, 그만큼 첫인상은 의도적이지 않게 한 사람의 평가기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 중요한 사람을 만나는 경우 차림새에 특히나 신경을 더 쓰는가 보다.

내가 사람을 만날 때 유심히 보는 것 가운데 하나는 신발이다. 요즘은 특히 업무상 구두를 신은 이들을 많이 만나는데, 사람들마다 선택하는 구두의 스타일도 다르지만 그것보다는 구두를 통해 느껴지는 그 사람만의 독특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딱딱한 재질의 구두를 좋아하는 이와 부드러운 소재의 재질을 좋아하는 이의 느낌이 다르고, 끝이 뾰족한 것과 둥근 형태의 구두가 가지는 그 사람의 느낌 또한 다르다. 물론 그 느낌이 상대의 인격이나 성격과 다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적인 참고 사항은 된다. 한 번 사면 쉽게 바꾸지 않는 것이 구두이기에 미묘하게도 구두에는 그 사람의 삶의 향기와 체취가 묻어 있고 그것이 은연중 풍겨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노래나 영화, 회화나 문학 장르에서 구두가 주요한 소재로 많이 등장한다.

구두가 지닌 이미지는 곧 시간에 대한 이미지이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주인이 지닌 품성을 구두가 닮아가면서 구두의 인격화, 인간화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예술적 표현이 된다. 구두는 곧 내가 걸어온 길이고 생활이자, 역사이다. 구두 속에는 나의 조급했던 마음과 여유로웠던 마음, 종종걸음쳤던 오전의 바쁜 복도와 차 한 잔으로 느긋하게 보냈던 오후 한때의 휴게실, 못다 이룬 꿈으로 과도하게 열정적이었던 늦은 술자리의 아픈 기억까지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얼마 전 구두를 바꿨다. 결혼하며 장만한 구두였는데, 낡은 굽과 헌 가죽을 보며 어느 날 아침 아내가 "구두 바꿀 때가 되었네?"라고 하자 내가 느낀 당혹감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일생 가운데 절반은 주요 행사 때를 제외하고는 고스란히 신발장에만 놓여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신발장으로 들어갈 사이 없이 바빴던 구두. 이 구두의 사라짐이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면, 내가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일까? 한동안 낡은 구두를 신고 다닌 후에야 새로 산 구두로 바꿔 신을 마음이 생겼다. 오래되어 내 발에 맞춰진 구두에는 그만한 자유로움이 있지만, 새로 산 구두에는 꽉 조이는 긴장감이 녹아 있다. 그래, 이제 다시 나의 길을 만들어 가보는 거야! 출근길, 새 구두의 코를 보며 미래의 시간줄을 다시 조심스레 내 앞에 당겨놓는다.

이 성 호(문화기획자)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서 귀국하자마자 청와대에서 부동산·주식 시장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국민 눈높이 맞춤형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대구의 상가 1층 공실률이 급증하고 있으며, 2분기에는 10.2%로 전국 평균을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
경북 포항에서 해병대 20대 부사관이 총기 사고로 숨진 채 발견되었고, 군 당국은 총기 관리의 허점을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구와 경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과의 엔화 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을 '우정의 신호'로 설명하며, 일본과의 공동 개입이 28년 만에 이루어..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