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동반성장의 가능성

이제 겨울은 다 지나간 듯한 날씨다.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져 두꺼운 외투에 무거웠던 어깨가 한결 편안해졌다. 따뜻하고 화창한 봄날의 휴일은 기분을 좋아지게 하지만, 덩달아 몸도 부지런해져야만 하는 날이기도 하다. 새로운 의욕으로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해야 하니 말이다. 아이들이 있는 집안은 특히 그렇다. 봄날뿐만이 아니라, 매주 휴일이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이들 키우는 부모의 주말 스트레스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겨울이면 스케이트장이나 눈썰매장, 봄이면 놀이공원, 여름이나 가을이면 수영이나 캠핑 가자고 보채는 것이 아이들이라 부모들의 휴일은 거의 반납해야 하는 수준이다. 휴일에 조금만 더 자고 싶고, 느긋하게 TV 오락 프로그램을 보며 늦은 아침을 먹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하지만 오히려 휴일은 평일보다도 더 바쁜 날들이 많다. 아이들에게 보람된 주말과 휴일을 선사하려면 좋은 문화행사에 대한 정보 습득도 빨라야 하고, 혹 미리 짜놓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것을 소화하기 위해 무척 부지런하고도 창의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굳이 멀리 가지 않고 공원에서 해바라기를 하더라도 아이들은 부모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기를 바란다. 맞벌이 부부의 아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 가족 역시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투정과 성화에 서로 얼굴 붉히기도 하고, 또 달래기도 하지만 결국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야 마는 나약하고도 안쓰러운 부모의 마음이란. 그래도 가끔씩 아이가 변화하고 성장해 가고 있음을 볼 때면 나름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가령,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타다 그 바퀴를 떼어달라고 한다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일어나 걸을 때, 혹은 캠핑 텐트를 함께 치며 서로 힘이 되어줄 때, 그렇게 커가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숭숭 뚫려 있는 작은 구멍들 사이로 새어 들어왔다 가는 바람은 어쩔 수가 없이 가슴을 쓰리게 한다. 누구의 아빠, 엄마가 아닌 본래의 나 스스로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회한 같은 것들 때문이다. 아이들이 저만큼 커 가는 동안 나는 내게 무엇을 하였는가, 어떤 자기계발서에는 지속가능한 자신의 성장을 위해 수익의 5%를 자기계발비로 투자하라고 하던데, 나는 스스로를 위해 투자한 무언가가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을 보아야 한다. 간단하게! 아이와 내가 함께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면 되는 것! 그래서 찾아보려 한다. 피아노든, 기타든, 회화든, 내가 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들 가운데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그것을. 그리고 아이의 동의를 구해볼까 한다. '아빠가 이런 것이 하고 싶은데, 너도 같이 하지 않을래?' 하고.

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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