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시장의 행사 참석과 의전 줄이는 포항과 영천시

포항시와 영천시가 단체장의 전시성 행사 참석을 줄이고, 행사장 내빈석을 없애는 등 겉치레 의전을 퇴출하기로 했다. 연간 2천 건이 넘는 행사의 절반 이상이 시장 참석 행사였던 포항시는 효율적인 시정 운영을 위해 시장의 행사 참석을 최소화하는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영천시는 행사장의 귀빈석과 내빈석을 폐지하고, 오는 순서대로 앉는 시민 중심의 의전을 추진한다. 또, 줄줄이 나와 시간을 끄는 대회사'격려사를 줄이고, 내빈 소개도 간소화할 방침이다.

자치단체장이 지역의 잦은 행사 참석 때문에 행정력을 낭비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주민 행정과 정책 추진에 전념해야 할 단체장이 잡다한 외부 행사 참석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다. 또한, 행사 자체도 권위적이고 소모적인 요소가 많았다. 행사마다 내빈석을 마련하고, 기관단체장과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의 축사와 격려사가 장황하게 이어진다. 심지어 자리 배치나 축사 순서 등을 두고 갈등을 빚어 소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선거와 허례허식 때문이다. 선출직인 단체장은 표를 의식해 행사를 외면할 수 없고, 주민이나 주최 측은 행사의 과시를 위해 단체장의 얼굴이 필요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먼저 이 나쁜 연결고리를 끊어야 했다. 이미 경남 창원시나 충남 서산시 등은 단체장의 행사 참석 기준을 만들거나 겉치레 의전행사를 간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포항시와 영천시의 이번 조치는 바람직하다.

단체장이 꼭 가지 않아도 될 연례적인 행사는 부단체장이나 담당 국'실장이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 된다. 대신 단체장은 중앙정부나 광역단체 등을 상대로 예산 확보와 현안 해결에 나서거나 정책 구상을 하는 것이 본연의 일이다. 표 때문에 여러 행사에 끌려다니다 보면 정작 해야 할 일에 쏟을 시간이 모자란다.

지방자치 시행 20년이다. 이제는 관행적 행사의 군살을 빼고 의전의 틀을 바꿔 지방자치의 내실과 품격을 높여야 한다. 포항시와 영천시가 먼저 시작한 이러한 변화를 대구'경북의 모든 지자체가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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