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팔공산자락 연경동에는 '연경 도약대'라는 자연암벽이 있다. 이곳은 대구 근교 클라이머들의 훈련 장소로, 나들이와 사교 장소로 유명하다. 동'서변동에서 10분 거리라 접근이 가까우면서도 목가적인 주변 환경 덕분에 주말뿐 아니라 평일 낮, 심지어는 어두운 저녁에도 등반이 이어진다. 병풍처럼 일렬로 늘어선 바위에는 50여 개의 코스가 클라이머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고바위, 용바위1, 용바위2, 도약대 등 4개의 큰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도약대 바위 이름을 따서 통상적으로 이 암장을 연경 도약대라고 부른다.
이곳은 대부분 1피치짜리 루트로 이루어져 있지만 바위의 형태가 페이스(평평하게 면으로 이루어진 형태), 오버행(수직 이상의 기울기로 이루어진 형태), 크랙(바위의 갈라진 틈) 등으로 다양해서 여러 가지 형태의 등반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난이도 또한 초보자 코스부터 고수 코스까지 다양해 주말에 인기 있는 코스를 등반하려면 줄을 서 기다리는 풍경도 벌어진다.
자연암벽은 인공암벽과는 달리 정해진 홀드가 없다. 바위의 미세한 틈이나 돌출물을 디디고 제각각 형태의 바위를 자신의 스타일대로 잡고 오르다 보니 사람마다 잡는 곳, 디디는 부위가 조금씩 다르다.
연경 도약대 암장 코스들을 살펴보자면 '바위를 좋아하는 사람들'(5.12a) '민들레꽃처럼 살아야 한다'(5.10a) '등용문'(5.10c) '레옹백'(5.10a) '여탕'(5.10a) 등의 코스가 있다. 코스는 처음 개척한 클라이머들이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재밌는 이름도 많고 시적인 별칭도 많다. 코스의 특징이나 특정한 상징물을 본떠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탈춤'(5.11a)의 경우는 이 코스를 오르다 보면 탈춤을 추는 듯한 자세가 자연스레 취해져서 이름 붙여졌고 '오리알'(5.10b)의 경우는 코스 중간에 오리알처럼 생긴 흰 돌멩이가 있어서 그런 이름이 생겼다.
연경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코스를 뽑자면 '등용문'(5.10c)을 빼놓을 수 없다. 도약대 한가운데 위치한 이 코스는 초보에서 중급자로 넘어가는 자격시험과 같은 의미다. 등반을 시작한 지 몇 달 정도 된 초보 클라이머들이 낑낑대며 용을 쓰고 고수들의 공략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필자 또한 처음 등용문을 성공했을 때의 기쁨을 잊지 못한다. 불과 14m 남짓, 퀵드로우 5개면을 등반하는 코스이지만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곤두박질 치며 고생을 한 기억이 있다.
여러 번의 도전과정에서 홀드를 손에 익히고 근력과 지구력을 기르는 노력 끝에 코스 정상에 로프를 걸친 순간의 희열은 직접 겪기 전까지는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다. 등용문은 레이백이라는 자세에서부터 재밍, 멍홀드잡기, 등등 다양한 형태의 홀드도 잡을 줄 알아야 등반이 가능하기에 그만큼 인기도 있고, 초보자와 중급자를 가르는 시험대로 인정받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코스 중에서 '민들레꽃처럼 살아야 한다'(5.10a)라는 코스가 초보들에는 재밌는 코스 중 하나. 이 코스는 손가락 한 마디가 겨우 들어가는 홀드와 애매한 발 홀드를 딛고 체중을 좌우로 움직여 가면서 도마뱀이 기어가는 듯한 자세로 오르는 코스다. 밸런스만 잘 유지하면 큰 어려움이 없이 오를 수 있기에 근력이 부족한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도전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이렇듯 연경 도약대 암벽장은 다양한 클라이머들이 모여서 서로 확보도 봐주고, 자세도 조언해 주면서 우정을 확인하는 대구의 대표적인 암장이다. 실제 암벽등반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한 독자들은 날씨가 좋으면 연경 도약대 암벽장을 한 번쯤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클라이머들의 열정도 느낄 수 있고 주변 화훼단지에서 봄꽃 구경도 할 수 있다.
김재민(대구산악연맹 일반등반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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