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박상옥 대법관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새누리당과 합의했다. 지난 1월 26일 국회로 인사청문 요청서가 전달된 지 57일 만이다. 그 사이 대법원은 심각한 업무 차질을 빚었다. 그러잖아도 산적한 상고심 판결은 더욱 지연됐고 전원합의체 재판은 아예 열리지도 못했다. 이로 인한 유'무형의 사회적 비용은 엄청날 것이다. 야당이 우리 사회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새정치연합은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거부해왔다. 그 이유는 박 후보자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검사로, 사건 은폐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드러난 사실들은 이런 주장에 설득력을 부여하지 않는다. 단적인 예의 하나가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8년 국정감사에서 야당 조승형 의원이 '수사를 잘했다'며 수사팀을 칭찬했다는 사실이다. 이 밖에도 박 후보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의심스럽게 하는 사실들이 다수 확인됐다.
중요한 것은 박 후보자가 고문치사 은폐 사건에 책임이 있는가 아니면 없는가가 아니다. 바꿔 말하면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상 책임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국회 인사청문회는 열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대법관 후보자는 반드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한 이유를 들어 청문회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법치에 대한 부정이다.
인사청문회를 열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박 후보자가 고문치사 사건 은폐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새정치연합의 주장일 수 있다. 즉 청문회를 통해 이미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가능성 또한 있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회 거부는 그러한 가능성의 확인을 원천봉쇄한다는 점에서 박 후보자 개인에 대한 '정치적 폭력'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를 차단하는 월권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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