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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가위로 연기 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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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의 희생자'라고 한 것은 말장난의 극치였다. 일본 정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일본어로 인신매매는 '강제연행'의 뜻이 없다. 그러나 인신매매의 영어 단어 '휴먼 트래피킹'(human traff icking)은 강제연행을 포괄하는 용어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미국 국무부의 공식 견해에 사용되고 있다. 결국 아베는 위안부 강제동원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업자라는 '소신'을 견지하면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인식이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주려고 '꼼수'를 부린 것이다.

일본에서 이런 책임 회피성 말장난은 전혀 낯설지 않다. 가장 극적인 예가 1946년 히로히토의 이른바 '인간선언'(원제목은 신일본 건설에 관한 칙서)에 나오는 '눈에 보이는 위대한 신'이란 뜻의 '현어신'(現御神'아키쓰미카미)이란 단어이다.

이 선언의 초안에는 '일본인이 신의 후예라는 그릇된 생각'이란 표현이 들어 있었다. 이를 본 맥아더는 '일본인' 대신에 '천황'이라 명기(明記)하라고 지시했다. 천황의 신격성(神格性)을 분명하게 부정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히로히토와 그 측근들은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맥아더의 지시를 거부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짜낸 꼼수가 '현어신'이다. 그러나 현어신은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당시 각료들조차 그 뜻은 물론 어떻게 읽는지도 몰랐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인간선언 최종안을 내각에 회람시키면서 '現御神' 옆에 'あきつみかみ'(아키쓰미카미)란 발음을 써넣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신의 후예'라는 직설적 표현은 사라지고 천황이 '현어신'이 아니라는 모호한 표현이 들어섰다. 그러나 영어판에는 '신격성 부정'(renunciation of divine)이라고 분명하게 번역됐다. 맥아더가 '인간선언' 발표 뒤 "이 선언으로 천황은 국민을 민주화하는 과업에서 선도적 역할을 맡게 됐다"며 히로히토를 격찬했던 이유다.

결국 히로히토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신격성을 부정하는 척만 했을 뿐 '현어신'이란 애매모호한 표현 뒤에 숨어 신의 자손임을 명시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두고 일본 현대사의 권위자인 존 다우어 MIT대 교수는 '가위로 연기 자르기'라고 표현했다. 말장난으로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아베에게서 '가위로 연기 자르기'는 면면히 이어지고 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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