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술 취한 시내버스 회사는 책임없다?

과태료, 기사 개인에 부과…음주측정기 있어도 사용않아

대구 시내버스 사고(26일 자 1면)가 잇따르면서 시민 불안이 높아지는 가운데 버스회사의 느슨한 안전규정과 부실한 버스 기사 관리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구 지역에서 사망자나 부상자가 발생한 시내버스 사고는 매년 1천 건이 넘는다.

전국버스공제조합 대구지부에 따르면 시내버스와 관련한 대인 사고 발생 건수는 2012년 1천133건, 2013년 1천115건, 2014년 1천110건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3월 말 기준으로 총 253건이 발생, 한 달에 84건꼴로 거의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는 운전기사가 질병이나 피로, 음주나 그 밖의 사유로 안전운전을 할 수 없을 때에는 이를 해당 운수사업자에게 알리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를 어기더라도 과태료가 10만원에 불과한데다 운전기사 개인에게 부과하고 있다.

더욱이 사고가 나지 않은 이상 이런 규칙은 유명무실하다.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은 회사가 운행 책임을 운전기사에게 맡기면서 사실상 사고만 나지 않으면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한 버스 운전기사는 "사무실에 음주측정기가 있지만 한 번도 측정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버스회사 운전기사는 "회사에서 '오후 7시 이후로 술을 마시지 마라'고 경고는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운전기사에게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해도 배차 시간 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버스업계 관계자는 "예비기사는 당일 휴무인 기사를 대신해 벌써 배치가 되기 때문에 휴무인 기사들이 당일 몸이 안 좋은 기사들을 대신해야 하는데 교체가 쉽잖다. 더욱이 배차를 자꾸 바꾸면 이미지가 안 좋아져 기사들도 이를 꺼리는 편이다"고 했다.

대구시도 형식적인 교육만 할 뿐 버스 안전사고 책임을 사업자에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1년에 두 차례 안전운행에 대해 방문교육을 하고 있으며 사업장 일체 점검 때 회사 게시판에 '안전운행 수칙'이 잘 붙어 있는지 확인한다. 하지만 운전기사에 대한 직접적인 단속이나 점검은 없다"고 말했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건설 현장에서도 오전 출근시간에는 항상 음주와 혈압 측정을 한다. 지금처럼 사고가 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환경에서는 언제 어떻게 대형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 단속과 점검 강화 등으로 버스 회사와 기사들이 스스로 점검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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