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낡은 것들의 힘

낡은 것들의 힘/에밀리 스피백 지음/이주혜 옮김/한스미디어 펴냄

당신에게는 누군가의 추억이 깃든 소중한 옷, 혹은 아픈 시간을 함께 했던 신발 한 켤레가 있는가? 낡고 헤어졌지만 차마 버리지 못하고 마치 그것이 자신의 일부나 되는 양 애지중지하는 그런 물건 말이다.

'낡은 것들의 힘'에는 작가, 뮤지션, 화가, 디자이너 등 67명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자 자신의 추억이 새겨진 옷 한 벌, 신발 한 켤레 등 낡은 의류들을 소개하면서 그 속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인 이야기들인 동시에 그들만의 예술적 취향이나 가치관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들이어서 읽는 이의 흥미를 자극하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옷은 우리를 지켜주는 역할도 하지만 때로는 제복의 역할로 소속이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하고, 때로는 욕망을 드러내는 코드로 읽히기도 한다. 이 모든 옷 속에는 우리의 축소된 삶이 새겨져 있고, 그런 이야기들을 세상 빛 속으로 끄집어내는 게 이 책의 목적이다.

요즘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는 많은 것이 소비되고 많은 것이 버려진다. 마치 '소비'가 자신의 존재를 입증해 보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 책은 '빠른 소비'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천천히 과거를 음미하면서 자신과 가족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대단한 이야기라기보다 각자에게 소중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소소하면서도 진중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이 책의 의도는 간단하다. 다양한 사연을 통해 참여자들의 삶을 엿볼 수 있고, 또 자신의 옷이 내가 중고상점에서 목격했던 그 익명의 옷더미에 던져지기 전 삶에서 어떤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이켜볼 계기가 될 것이다. 160쪽, 1만3천원.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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