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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5월의 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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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가고 꽃은 피는데 그 님은 오지 않고, 그리운 날 또다시 찾아온 5월의 편지….' 듀엣 가수 소리새의 노래 '5월의 편지'가 선연한 5월이다. '계절의 여왕'이란 형용사를 앞세우고 5월은 어김없이 또 찾아와 대지를 수놓는다. 벚꽃이 진 들녘에는 연초록이 짙어가고 산기슭엔 붉은 철쭉꽃이 화사한 자태를 드러내며 계절의 변화를 웅변한다.

5월은 24절기 중에서도 여름이 시작된다는 의미의 입하(立夏)와 만물이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뜻을 지닌 소만(小滿)을 품고 있다. 예로부터 농촌에서는 모내기가 시작되는 이즈음이 일 년 중 가장 부산한 계절이었다. 쌀밥을 뿌려놓은 듯 하얗게 피어난 이팝나무꽃을 보며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고, 처녀들은 울 밑에 곱게 핀 봉선화 꽃잎을 따서 손톱을 물들이며 설레는 계절의 향기에 부응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인들은 앞다투어 5월에 대한 상념을 노래했다. 괴테는 '5월의 노래'에서 '오오 눈부시다/ 자연의 빛/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라고 벅찬 서정을 토로했고, 도종환 시인은 같은 제목의 시에서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고 오월의 통점(痛點)을 드러냈다.

그렇다. 이 땅의 오월은 푸르러서 더 서러운 계절이기도 하다. 멀리는 4'19혁명과, 가깝게는 세월호에서 비롯한 4월의 눈물이 넘실거리는 경계선이다. 5'16 군사정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간극에서 근대화의 기상과 임을 위한 행진곡이 굴곡 지는 계절이다. 게다가 부처님 오신 날이 5월에 있는 것은 또 무슨 까닭일까.

엊그제 노동절을 지나 내일이 어린이날이요,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부부의 날이 줄줄이 이어진다. 게다가 결혼기념일이나 생일까지 합세를 하면 얄팍한 월급봉투가 그저 원망스럽기만 하다. 격동과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아픔에야 비할 수 있을까만,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5월 또한 절뚝거리는 계절일 수밖에 없다.

이해인 수녀는 '5월의 시'에서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라고 소망했다. 가정의 달이다. 그렇게 다시 사랑과 희망의 5월을 꿈꿀 수밖에…. 서정주 시인처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이라도 그리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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