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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어린이 사랑-엘 시스테마와 비발디

이 철 우
이 철 우

늦추위 기승에 올 것 같지 않던 여름을 거느리고 가정의 달 5월이 시작되었다. 어린이날이 지났다. 녹음이 우거지기 시작하면서 그 속에서 형형색색의 원색 꽃들이 만발한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이 꽃들과 같다고 하여 이날을 '꽃의 날'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나 보다.

음악사를 살펴보면 어린이 사랑을 실천하며 살았던 작곡가들이 많고, 어린이 사랑이 표현된 작품들도 많다. 특히 '사계'의 작곡가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의 비발디는 요즈음 많이 회자되는 아르헨티나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시작한 경제학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작곡가이다. 잘 알려진 대로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인 엘 시스테마는 1975년 음악을 이용하여 마약과 범죄에 노출된 빈민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1명의 빈민가 아이들로 시작하였지만 점차 가족보건체육부의 감독하에 전국적으로 확대되었고, 2007년에는 차베스 대통령이 엘 시스테마를 중심으로 '음악 전도'라는 새 정부 계획을 발표할 만큼 중요한 위상을 갖게 되었다.

40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이미 1981년생으로 28세(2009년)의 나이에 L. A.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직을 맡은 구스타보 두다멜을 비롯하여 17세 때 역대 최연소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이 된 에딕손 루이스, 호엔 바스케스, L. 미겔 로하스, 에드워드 풀가르, 나탈리아 루이스 바사 등 세계적인 인재를 양산하였다.

1678년에 태어나 1741년에 타계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성직자이며, 작곡가, 바이올린 연주가였던 '붉은 머리의 사제' 비발디도 15세에 신부가 된 1703년부터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740년까지 베네치아의 여자 고아원 겸 음악학교이던 피에타 고아원에서 고아들과 어린이들의 음악 교육에 생애를 바쳤다. 이 일을 맡게 된 것은 '몸이 약하여 미사를 주제하지 못해서'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 일에서 기쁨과 보람을 찾지 않았다면 38년이란 긴 시간을 이 일에 전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비발디가 지휘하는 학생들의 오케스트라는 당시 유럽 전역에 명성을 떨쳤고, 비발디는 이 학생들의 연주회를 위해 수백 곡의 협주곡도 작곡하였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베네치아에 오면 이 연주회에 참석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당연히 그의 지도를 받으며 자라난 고아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갔음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세계는 이미 학교 교육의 무용론까지 등장할 정도로 초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원격교육의 시대로 이행하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경제적인 부유함을 가치 있게 할 문화'예술 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요구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은 유치원 시기부터 지나친 과외와 경제적 성공과 권력을 통한 사회주도권 쟁취 지향의 교육으로 얼룩져 있다. 어린이를 어린이답게 키우고 점차 건강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줄 아는 '세기적 지도자'로 키워야 할 과제의 시급함을 느낀다.

(작곡가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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