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학생안전보호실에서 원고를 집필하고 있을 때 저의 연배쯤 되어 보이는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교장 선생님 만나뵈러 왔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해외여행 가신다고 연가 중이었습니다. 학교는 겨울방학이라 조용했습니다.
"지금은 부재 중이신데요."
손님은 명함을 꺼내어 '저도 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봉직하고 퇴임을 했다'라고 공손하게 말씀을 전했습니다. 명함에 존함이 어디서 많이 익숙한 이름이어서 넓은 세상에 동명인 이름이 많아 결례를 할까 봐 혹시나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내 짐작으로 풍채를 보아서는 우리 회사 출신은 아닌 것 같고 그러면 고등학교 때 동기생 그분인가?'
저는 입을 열었습니다.
"○○고등학교이며 14회 출신은 아닌지요?" 1968년도 졸업하고 46년의 세월이 흘러간 오늘이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누구신지요?
저는 정말 반가웠습니다. "우순이 아니가, 내 용기다, 용기."
"김용기, 아 니가 용기가. 이게 얼마 만이고? 참 반갑구나!"
우순이는 보호실 문을 열고 내 곁으로 다가와 손을 잡고 지나간 회한의 시간들을 서로 인생 테이프를 반대로 돌렸습니다. 저희 반에서 우순이는 똑똑했고 공부도 잘했습니다.
"용기야, 지금까지 뭐 했노? 나는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응, 나는 교도관을 하고 정년퇴임을 했어."
"너는 어른들을 가르쳤네. 나는 애들을 가르쳤잖아."
말은 맞습니다만 저는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이 원고지는 무엇이고?"
"학생들의 운동장에서 노는 모습이 놓치기 싫어서 수필을 쓴다."
"그래, 대단하다. 우리 동기생 중에 훌륭한 사람이 많다."
우리는 서로 커피 한잔으로 46년의 정을 마시면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이별을 고했습니다. 우리는 3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문삼석 시인이 쓴 '그냥'처럼 그냥 좋아하고 그냥 장난치고 했습니다. 친구와 해후를 하면서 '인생이란 언젠가는 만나고, 언젠가는 헤어지는구나. 이것은 자연이 법칙이니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라가 아니고 즐겁게 공부해라라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던져줍니다.
오늘도 학교에서 학생들과 하루 종일 행복하게 웃고 뛰고 있습니다만, 언젠가는 저들과 이별을 했다가 해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만날 것입니다. 이 인생의 광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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