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우방이 아파트 분양 사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의 적(敵)으로 몰리고 있다. 최근 확보한 부지가 이미 지역주택조합방식으로 재개발 사업이 성황리에 추진되고 있는 곳이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인 탓이다.
특히 우방은 지난해 수도권의 다른 곳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재개발 사업의 핵심 부지를 매입한 전력이 있어 알박기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우방은 지난 13일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공매를 통해 대구 동구 신암동 수협공판장 부지 1만982㎡(약 3천328평)를 153억원에 낙찰받았다. 우방은 여기에 수협이 옮겨가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소형 아파트 300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 땅이 한 주택조합이 '신암동 태왕아너스'란 브랜드로 700여 명의 조합원을 성공리에 모집한 전체 부지(3만6천403㎡)의 약 30%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지하 2층, 지상 25층 712가구로 지어지는 신암동 태왕아너스는 분양권 웃돈을 넘어 이른바 '줄값'(줄을 대신 서 주고 받는 돈)이 1천여만원이나 붙는 등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해 준 단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우방의 공판장 부지 낙찰로 사업이 물거품이 될 처지다. 지역주택조합 설립 인가를 받으려면 부지 확보가 80%를 넘어야 하나 공판장 부지를 빼고는 이 기준을 충족하기 힘들다. 조합 측은 "우방이 태왕을 시공사로 하는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사실을 알고도 알박기 식으로 공판장 부지를 사들인 것은 상도덕을 어긴 비상식적 행위"라고 규정하며 "우방은 지역 건설업계의 우방이 아니라 적"이라고 비난했다. 태왕 역시 "지역 건설사끼리 유감"이라며 불편해 했다.
우방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방 측은 "신암동 태왕아너스에 수협공판장 부지가 포함된 줄 몰랐다. 자체 사업을 위한 부지 확보 차원이었지 알박기나 시공사 가로채기를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우방의 해명에도 의혹은 커지고 있다.
우방은 지난해 9월 경기도 김포의 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지에서도 유사한 사례로 훼방을 놓은 전례가 있어서다. 지역주택조합이 한 건설사와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방이 부지의 70% 달하는 땅을 공매를 통해 낙찰받아 조합은 시공사를 우방으로 바꿨다. 하지만 사업성을 이유로 우방은 사업을 미뤘고 이 과정에서 '땅콩 회항'을 빗댄 '시공사 회항'이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우방의 의도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삼척동자도 다 아는 수협공판장 부지가 신암 태왕아너스 사업부지의 핵심 키라는 것을 건설사로서 모를 리가 없다.
해마다 윤리 경영을 강조하는 SM그룹의 경영 구호가 무색하다"고 귀띔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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