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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미술사 큰 족적 남긴 故 강우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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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삶 그린 선생님의 몽당붓 그립습니다

우리나라 구상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강우문 화백(사진)이 19일 지병으로 타계했다. 향년 93세. 고인은 자연주의 구상화의 대표적 화가로 주관적 해석을 통해 한국적 정서와 색채를 표현해, 이 분야의 대표적 화가로 자리매김해왔다. 1965년 대한민국 국전 추천작가, 1970~1985년 국전 초대작가였으며, 1982~1988년 경북대 예술대학 교수와 학장을 역임했다.

선생님, 오늘부터는 밤하늘을 보렵니다. 1993년 정월, 불현듯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던 때가 떠오릅니다. "손 사장, 내 전시회 계획은 없는가." 저는 꿈인가 했습니다. 언제쯤 선생님께 전시회 말씀을 드려야 거절당하지 않을까 망설이던 때였습니다. 한걸음에 달려가 그렇게 인연이 되어 저희 화랑에서 첫 전시 이후로 선생님의 마지막 미수기념전까지 여덟 번을 이어 왔습니다.

그 수많은 세월 속에서 저는 외롭고 막막할 땐 무작정 선생님 화실로 갔었지요. 바위고개를 즐겨 부르시던 선생님. 그 노래처럼 삶의 진중한 작품이 저를 위로하고 힘을 주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 고향 얘기를 들으시고 무란리 마을 사람들의 살아가는 얘기를 그리셨죠. 선생님의 작품은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였지요. 미수전 준비 때엔 '초립동이'를 그리고 계셨는데, 뒷면의 명제가 '흔적'이었지요. 예전 같으면 10점을 그릴 힘으로 한 점을 겨우 그리시면서 흔적의 그림을 지우고 다시 그리고 계셨습니다. 그림에 대한 예술혼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의 방에는 선생님께서 주신 낡은 팔레트와 몽당붓이 있습니다. 순수하고 청빈한 서민들의 백의(白衣)에서 한을 풀어내며 신바람을 노래한 선생님. 작품의 산실인 팔레트와 몽당붓이 가슴을 사무치게 합니다. 평생 동안 이젤 앞에 수많은 몽당붓을 남기셨으면서도, 8호 정도의 작은 소품 '빈 지게 내려놓고 쉬는 노인' 하나 완성하지 못하고 병원으로 가셨습니다. 오랜 병원 생활 중, 어느 날 "선생님, 창가에 봄이 옵니다"고 하니 "내가 어떤 그림을 그렸노" 하시기에 "풍경과 서민의 춤, 신바람을 그렸지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말을 듣자 움직이기 힘든 손으로 스케치북과 연필을 든 선생님은 신들린 것처럼 예전 풍경을 그리셨습니다. 또 어떤 날은 제 얼굴을 빤히 보시더니 "참하게 잘 생겼네" 하시며 저의 얼굴을 그려주셨지요. 그 작품이 선생님 사인을 하신 마지막 연필 그림이었습니다. 요양병원 간호사가 선생님께서 요즘 기억을 못 하신다고 하기에 혹, 저를 몰라 볼까 봐 "선생님, 저 알지예, 동원화랑입니다"고 하자 멍하게 계시던 선생님께서 "아~ 동원화랑, 누가 잊으라 캐도 못 잊지, 잊어서도 안 되고, 잊을 수가 없지"라며 혼잣말을 하셨지요.

선생님은 우리 화단의 큰 별이었습니다. 이제는 어둠 속에서 내리는 선생님의 영롱한 그 별빛을 보렵니다. 저는 선생님이 잊으라 해도 영영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 잘 가이소. 선생님 잘 가셨지예.

손동환(동원화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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