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국무총리 후보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지명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완구 전 총리가 사퇴한 지 25일 만이다. 이로써 총리 장기공백 사태로 인한 국정운영 차질 문제는 해소됐지만 '수첩 인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3개월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황 후보자의 발탁은 이해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박 대통령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온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개혁은 실종될 위기에 처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맹탕 개혁'으로 추락했다. 노동 개혁도 노사정 간 합의 불발로 실종됐다.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한다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내년도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경제 활력 저하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성완종 파문'에 여권 핵심인사들이 연루돼 국정운영 동력도 많이 떨어져 있다.
이런 고비를 잘 넘기지 못하면 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는 '조기 레임덕'으로 직행한다. 황 후보자의 발탁은 이런 현실과 연관해서 봐야 한다. 황 후보자는 그동안 인사 요인이 있을 때마다 총리는 물론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로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꼽혀왔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인사를 기용해 국정 과제를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이 황 후보자의 발탁에 담긴 박 대통령의 뜻이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황 후보자에게 주어진 임무는 예사롭지 않다. 지금의 위기를 잘 넘겨 추진 중인 국정 과제의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물론 발탁의 주요 배경 중 하나인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개혁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야당과 잘 소통해야 한다. 그 첫 관문은 국회 인사청문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황 후보자 발탁을 '독선 인사' '공안통치의 노골적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인사청문회가 쉽지 않은 과정일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황 후보자는 잘 준비해서 인사청문회에 임하고 야당도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철저히 검증하되 청문회가 소모적인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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