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방미 일정 연기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국민적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안전이 최우선으로 순방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특히 메르스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 인준 문제 등이 남겨진 상황에서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모든 역량을 쏟아 핵심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또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1주기에 맞춘 해외 순방을 두고 들끓었던 국민 여론이 또다시 악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번 방미 연기로 인해 자칫 한'미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일부 우려는 제기된다.
이번 방미가 한'미 양국이 수개월 전부터 일정을 맞추고 의제를 협의한데다 북한의 내부 상황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정세 관리,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한 대응 등 중요한 안건이 예정됐던 터라 국내 사정을 이유로 연기한 것이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공식적으로 발표된 외국 방문 일정을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단 정부는 미국 측에 이해와 양해를 구하는 데 주력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이날 오전 존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 연락을 취해 국내 사정에 따라 방미 연기 의사를 전달하고, 미국 측이 동의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한미는 또 조율을 거쳐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방미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해 여야는 모두 '결단' '잘한 일'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민을 우선한 중대한 결단'으로 받아들였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 연기는) 메르스 사태가 국민에게 끼친 사회'경제적 심리를 고려한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중대한 결심을 한 만큼 메르스 사태를 극복하는 데 온 국력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 간에 어떤 외교적 손실도 발생하지 않도록 후속조치를 면밀히 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날 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연기한 것과 관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은혜 대변인은 "대통령의 방문 연기 결정이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 대응에 신뢰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고,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국민의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미국 방문 일정을 연기하고 국민 건강을 더 챙기기로 한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표도 이날 "국민 안전에 대한 걱정과 메르스 상황에 비춰보면 잘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최두성 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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